채소의 익힘 정도.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가 쏘아올린 유행어로, 미슐랭 3스타 셰프인 그가 메뉴를 평가할 때 중시하는 기준이다. 유독 채소의 익힘 정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안 셰프의 심사평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줬다. 각종 배달플랫폼에는 “채소의 익힘 정도가 적당하네요” 등 안 셰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리뷰들이 쏟아졌다.맛과 식감을 위한다면 메뉴와의 조화로움 등을 고려해 채소의 익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양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채소는 무조건 익히지 않아도 된다. 채소가 지닌 고유의 영양소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조리하면 건강에는 더 이로울 수 있는 셈이다.
양배추‧무‧브로콜리 등은 열 가하는 조리법 주의해야...영양소 손실 커
열에 약한 영양소가 든 채소는 오히려 생으로 먹는 게 좋다. 비타민 C, 글루코시놀레이트처럼 열을 가하면 영양소가 파괴되는 성분이 풍부한 양배추와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청경채 등은 익히기보다 샐러드, 피클 등으로 섭취하면 영양소를 더욱 많이 얻을 수 있다. 비타민 C는 피로 회복과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글루코시놀레이트는 배추, 무, 십자화과 채소 등에 함유된 기능성 물질로 항암 작용을 한다.
생으로 먹기보다 국물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무도 푹 끓이면 영양소 손실이 크다. 무에 함유된 다이스타아제라는 효소는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하지만 열에 약하다. 50도만 돼도 효능이 떨어진다. 때문에 무는 살짝만 가열해 먹는 게 건강에 좋다.
쓴맛을 없애기 위해 주로 데쳐먹는 여주도 비타민 B, C 등 수용성 영양소가 풍부해 열을 가하면 영양소가 줄어든다. 데치는 대신 소금에 절이거나 차라리 빠르게 볶아 먹는 게 영양적 가치는 높다.
익히면 더 건강에 좋다?...호박‧가지‧콩 등은 오히려 가열하면 효능 높아져
베타카로틴이나 라이코펜 등 지용성 영양소가 함유된 채소는 가열해도 영양소 파괴가 잘 안 된다. 오히려 끓이거나 기름에 볶는 등 조리방식이 영양가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당근은 이미 익혀먹는 게 좋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당근 속 베타카로틴 흡수율은 생당근으로 섭취할 때 약 10%, 끓여 먹으면 60%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호박도 마찬가지다.
토마토에도 라이코펜이라는 지용성 영양소가 많다. 라이코펜은 기름에 잘 녹기에 프라이팬에 볶거나 식용유를 소량 넣은 물에 끓이는 방식이 영양소 효율을 높인다. 미국 코넬대(Cornell University) 연구에 따르면 토마토를 88도에서 30분간 가열하면 라이코펜이 35% 증가했다.
냉채, 무침 등 활용도가 다양한 가지도 구워 먹으면 건강에 더 좋다. 구우면 가지 속 수분이 빠져나가 영양밀도가 높아지고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을 더 효과적으로 보충할 수 있다. 콩도 끓는 물에 충분히 삶으면 단백질 함량이 6~7%, 볶으면 2~3% 증가하며, 생으로 먹을 때보다 소화가 더 잘된다는 보고가 있다.
〈3줄 요약〉
✔ 채소가 지닌 고유의 영양소를 극대화하는 방식은 오히려 건강 효능을 높이는 데 이로움
✔ 열에 약한 영양소인 비타민 C 등이 함유된 양배추·브로콜리·청경채 등은 생으로 먹을 것
✔ 지용성 영양소가 풍부한 당근·호박·토마토는 익혀 먹고, 가지도 구워 먹으면 더 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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