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육체적으로 강하지 못했던 인류가 지구를 정복한 것도 결국 지능 때문이니, 지능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겠다. 그러니 지능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1993년 세계적인 과학 잡지 네이처(Nature)에 매우 솔깃한 논문이 발표된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지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3개의 집단을 나누고, 한 집단에게는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K 448)>를, 다른 한 집단에게는 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10분간 계속 들려줬고, 세 번째 집단에게는 아무런 소리를 들려주지 않은 채 10분의 시간을 보내도록 한 뒤 IQ 검사(스탠포드-비네 검사)의 일부분(공간추리력)을 시행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준 집단에서만 IQ 검사 점수가 상승했다.
머리 좋아지게 하겠다고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는데, 단지 모차르트 음악을 10분간 듣는 것만으로 IQ가 좋아졌다고? 당연히 이 놀랄만한 연구 결과는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연구 결과가 조금 뻥튀기된다.
원 연구에서 IQ 점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IQ 상승 효과는 영속적인 것이 아니었다. 10분에서 15분 정도 짧게 발생하는 일시적인 효과였다. 물론 이와 같은 효과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별한 인지적 훈련 없이 단순하게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것으로 발생하는 효과는 짧게 지속되더라도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시간적 제약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관심을 덜 받았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 관심을 받지 못해 주의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정보는 인식되지 않는다. 그 결과, 모차르트 음악은 IQ를 향상시켜주는 전지전능한 일종의 마법으로 인식돼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스트레스, 우울증, 주의력 결핍, 자폐증 등 정신 건강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들이 나왔고, 더 나아가 태교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면서 모차르트 열풍이 불었었다.
하지만 모차르트 효과의 신뢰성을 깨뜨리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련의 연구들은 모차르트 효과가 모차르트 음악에 국한돼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모차르트 음악이 아닌 슈베르트의 음악(피아노와 네 손을 위한 F단조 환상곡)을 들어도 IQ는 높아졌다. 클래식 뿐 아니라 현대 팝 음악을 들려줘도 마찬가지였다. 뉴에이지 뮤지션 야니의 노래를 들려줬을 때도 IQ는 높아졌다.
‘모차르트 없는 모차르트 효과’의 최고봉은 음악이 아닌 소설을 들려줬을 때에도 IQ가 상승된다는 연구 결과였다. 연구자들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들려줬는데도 모차르트 효과와 유사한 정도의 IQ 상승효과를 관찰했다. 단, 모든 참가자에게서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은 아니었고, 평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즐겨 읽는 참가자들에게만 일어난 일이었다.
결국 최근 심리학에서는 적어도 모차르트 효과가 모차르트 음악을 들어서 생기는 기적의 IQ향상법이라는 미신을 부정하고 있다. 일시적 IQ 상승은 존재하나, 이 역시 모차르트 음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초점은 ‘모차르트’ 자체보다는 ‘모차르트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옮겨갔다. 특히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스티븐 킹 소설의 모차르트 효과가 관찰됐다는 결과로부터 각성 수준과 정서와 관련된 효과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What(모차르트 음악)’보다 ‘How(좋아하는 음악 혹은 소설을 즐기는 마음)’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우리는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오늘도 독서실에서, 카페에서, 일터에서 스스로를 개발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독자들의 귀에는 어떤 것이 들리고 있을까? 모르긴 해도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