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낚시터에 일찍 도착한 날은 큰 조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로 어둑어둑해질 무렵에 도착해서 낚시터를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대충 낚싯대를 폈을 때 큰 붕어를 많이 잡았다.
그런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한 끝에 나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일찍 도착한 날, 내가 밤이 오기 전에 하는 작업들이란 모두 붕어를 쫓는 일이었구나.
▶낚시터에 늦게 도착하라
아직 해가 많이 남았을 때 저수지에 도착하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수초가 많은 곳은 수초를 긁어내는 작업을 하며 낚시할 공간을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겉보리며 황토를 뿌리느라 부산해진다. 하다못해 물가의 나뭇가지라도 하나 주워내며, 더 시간이 남으면 의자 놓을 자리를 편평하게 만드느라 야삽을 들이댈 것이다.
그런 낚시준비를 다 마치고도 시간이 남으면 미끼를 달아 낮낚시를 시도해보기도 한다. 여러분이 붕어라면 그렇게 낚시인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변에 머물러 있겠는가?
그러나 어둠이 임박했을 때 낚시터에 도착했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의자 놓을 자리를 다듬거나 수초를 걷어내는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낚싯대도 많이 펴지 못한다. 보통 3~4대, 기껏해야 5~6대 펴서 수초의 빈 공간이나 큰 어려움 없이 던져 넣을 수 있는 곳에 찌를 세워 입질을 기다린다. 그런데 큰 붕어는 그럴 때 그런 장소에서 잘 낚인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나는 그만큼 대물붕어는 인기척에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밤에 입질할 붕어는 초저녁에 이미 연안 가까이 접근해 있다. 그런 붕어를 낚시터에 도착하자마자 한두 대 재빨리 꺼내어 던지면 곧바로 입질을 받는다. 옳지, 붕어가 막 낚이는구나 생각에 욕심이 과해지면서 랜턴을 비춰가며 더 좋아 보이는 자리에 여러 대를 더 깔면 입질이 뚝 끊겨버리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는 일부러 저수지에 늦게 도착하는 편이다. 내 주변의 낚시인들도 그것이 낫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늑장을 부린다. 물론 우리 출조 패턴을 모르는 낚시손님들이 이따금 찾아오면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분들에게 얘기한다. “낚싯대를 펼 충분한 시간 안에 도착합니다. 적어도 어두워지기 30분 전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러면 시간은 충분합니다.” 만약 그 낚시인이 손이 너무 느려서 30분 만에 낚싯대를 다 펴지 못한다면 죄송스런 일이다. 그러나 그래도 대물낚시를 한다는 사람이면 그 시간에 8대 이상의 낚싯대를 펴고도 남는다. 시간이 남으면 과도한 인기척을 내며 물가의 붕어를 안쪽으로 쫓을 뿐이다.
‘새우낚시를 하면 입질이 늦게 온다’는 낚시인이 많다. 그러나 그 이유가 해 지기 전의 지나친 소란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 경험으로는 붕어는 대물이든 아니든 밤 11시 이전에 낚이는 확률이 높았다. 나는 낚시터에 좀 일찍 도착해도 해 지기 전에는 일부러 받침대마저 꽂지 않고 차 안에서 기다렸다가 일몰 직전에 조용히 낚싯대를 펴는데, 그렇게 하면 대개 낚시를 시작한 지 1시간 안에 그 날 그 저수지에서 낚일 붕어의 절반 이상은 낚아냈다.
▶ 입질이 잦으면 낚싯대를 줄여라
처음에 3~4대의 낚싯대를 편 사람이 입질이 자주 오면 낚싯대를 더 펴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나 낚싯대를 더 펴는 것만큼 붕어의 입질은 줄어든다.
대물낚시인들은 ‘많은 낚싯대를 펴서 고기의 길목을 빈틈없이 차단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물 속에 너무 많은 찌와 낚싯줄을 깔아서 고기가 그곳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6대의 낚싯대를 펼쳐 놓았을 때보다 8대의 낚싯대를 펼치면 붕어의 경계심은 당연히 높아진다. 특히 수심이 얕은 곳일수록 더하다. 그러나 입질이 들어올 때 낚싯대의 숫자를 줄여보라. 그러면 더욱더 입질이 살아나며 낚시의 즐거움이 더할 것이다.
가령 10대를 펼치더라도 입질을 받는 대는 2대, 많아봤자 3대에 그칠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낚싯대는 무엇인가. 어쩌다 한두 마리의 붕어를 걸어낼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입질이 집중되는 낚싯대로 접근할 붕어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입질이 오는 대만 남겨두고 한 대 두 대 걷어보라. 걷기 귀찮으면 그냥 들어서 뒤의 풀숲에 기대어놓아도 된다. 그러면 입질 빈도도 높아지고 씨알도 굵어질 것이다. 오늘에라도 당장 시험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수초가 많은 곳의 붕어는 수초가 없는 곳의 붕어보다 회유반경이 좁기 때문에 수초가 많은 곳에는 낚싯대를 좀더 많이 펴야 할 필요성은 나도 느낀다. 그러나 어쨌든 한 대라도 낚싯대를 줄이려고 노력하면 조과는 나아진다.
찌의 간격도 너무 좁게 편성하는 낚시인이 많은 듯하다. 심지어는 두 찌의 간격이 50cm밖에 안 되는 사람도 보았다. 먹이를 찾는 붕어가 과연 50cm 거리 차이로 미끼를 발견하지 못할까? 지나치게 밀집한 찌는 그 불빛이 대물붕어의 경계심을 자극한다.
8대를 펼 수 있는 곳에 5대를 펴보면 더 많은 입질을 받고 대물 확률도 높다. 또 낚싯대를 가급적 적게 펴는 습관을 들일수록 포인트를 찍어내는 안목도 높아진다.
간혹 낚시에 서툰 사람이 고수를 따라가서 큰 월척을 잡는다. 8~10대를 멋지게 편 사람보다 겨우 2대 편 사람에게 대물이 물린 것이다. 그러면 ‘어복이 대단한 친구’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 케미를 까맣게 칠해서 써보자
많은 낚싯대를 펴는 대물낚시에서는 입질이 오는 것을 미처 못 보고 놓치는 경우도 있다. 밤중에 졸리다 보면 미약한 예신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낚시인들은 케미라이트를 모두 물속에 잠기게 한 채 낚시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입질이 온 찌가 ‘반짝’하고 솟으면서 주위를 환기시켜 확실하게 챔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케미 불빛이란 수면에서 높이 솟아 있을수록 물속에 전달되는 빛은 약해져서 붕어에게 경계심을 적게 전달해준다. 혹시 여러분 중에 찌를 잘못 던져서 한 뼘 이상 수면에서 솟아 있는데 희한하게 그 찌에 입질이 잦은 경험을 해본 적은 없는가? 나는 그것이 케미의 불빛이 물속에 전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일 케미를 물 속에 완전히 담가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속이 온통 환해져서 붕어들은 경계심을 품고 그곳에 접근하지 않는다. 그 경우 케미의 불빛이 극도로 희미해진 자정 이후에나 입질을 받을 공산이 크다.
그것은 낚시터에 가서 실험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발밑에다 케미를 단 찌를 수면 높이 띄워도 보고 물속에 넣어보기도 해보면 물 속에 넣었을 때 물 속 주변이 훨씬 밝아진다.
아주 물색이 흐리거나 수심이 깊은 곳이라면 케미를 물 속에 집어넣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물이 맑고 수심이 얕은 곳이라면 가능한 한 케미를 수면 위로 높이 세워주는 것이 남 보기에 폼은 안 나지만 조과 면에서는 월등히 낫다.
나는 케미의 불빛을 줄이기 위해 물이 맑은 곳에서는 케미라이트에 까만 유성펜으로 칠을 해서 불빛을 최대한 줄여서 쓴다. 그러면 확실히 붕어가 잘 낚인다. 과거에는 케미라이트보다 훨씬 불빛이 약한 원자케미(원자발광체, 받침대 주걱에 많이 붙인다)를 케미 대신 찌에 달아서 썼다. 사실 나는 그때 내가 남보다 붕어를 많이 낚는 이유가 그 원자케미 때문인지 몰랐다. 하루는 원자찌가 떨어져서 케미라이트를 대신 끼웠는데 원자찌보다 입질 빈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혹시나 싶어 두 찌를 서로 바꿔보았더니 이런! 원자찌로 바꾼 찌에 더 입질이 잦아졌다.
그러나 시력이 약해지면서 원자찌는 너무 눈에 보이지 않아 지금은 모두 케미라이트를 달아서 낚시한다. 그래도 물이 맑은 곳에선 유성펜으로 케미를 칠해서 쓴다. 사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30cm 이내로 아주 얕은 수심을 노릴 때는 찌에 케미라이트를 꽂지 않고 던지기도 한다. 물론 어신을 볼 수 없으니 고기가 총알을 차고 나가면 비로소 채는 식이다. 그래도 그런 ‘봉사조법’으로 나는 꽤 여러 번 재미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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