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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이론/일반

서찬수의 釣行釣探(5) - 붕어는 정말 회유하는가?

by 사계A 202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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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월척 붕어는 내게로 온다…’ 밤을 꼬박 지새우며 찌올림을 기다리는 꾼들의 간절한 바람처럼 정말 붕어는 때만 기다리면 저수지 연안을 돌아 발밑까지 올 것인가? 이른바 붕어의 회유론(回遊論)이다. 붕어는 먹이를 찾아 포인트를 두루두루 거친다는 의미. 하지만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켤코 ‘그렇지 않다’이다.

월척이 곧잘 배출되는 소류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꾼들은 그 소류지를 두고 ‘월척 소류지’라 부르며 출조에 오를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표현하자면 ‘월척 포인트가 있는 소류지’가 맞는 말일 것이다. 월척은 낚이는 곳에서만 낚일 뿐, 나머지 포인트에선 그 확률이 낮다. 붕어는 자신의 먹이처를 거점으로 근거리를 오가는 어종이라는 게 그간 경험을 통해 내린 필자의 결론. 근거리라는 개념이 다소 애매모호하지만 하류에서 상류로, 또는 제방 끝에서 반대편 제방으로 옮겨 다니진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선 견해를 달리하는 독자들이 분명 있겠지만, 그렇다고 필자의 주장을 부정하지도 못할 것이다. 어차피 포인트를 정할 때는 누구나 붕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수초대와 같은 먹이처나 은신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누구도 붕어의 회유 시간대를 계산해 대를 펴지는 않는다. 문제는 입질이 없음에도 ‘붕어가 언제가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데 있다.

회유론에 대한 반론1
토질·수초에 따라 체색 달라 

‘붕어는 회유하지 않는다’는 첫 번째 증거로, 포인트마다 다른 체색을 들 수 있다. 한 저수지 내에서도 토질과 수초별로 붕어의 체색이 다르다. 민바닥 저수지의 경우, 하류·중류·상류에 낚인 붕어를 살펴보면 체색이 각기 차이가 난다. 부산·경남권의 소류지 중엔 화강암으로 축조된 제방이 많은데, 이곳에서 낚인 붕어의 체색은 강준치처럼 희뿌연 색들이 많다. 또한 황토나 굵은 마사토 또는 고운 모래 등으로 이뤄진 상류의 붕어는 바닥 색깔과 엇비슷한, 노란빛에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붕어의 체색은 수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최고의 포인트로 꼽히는 부들 수초대에서 낚인 놈들은 수초 색깔과 엇비슷한 밝으면서도 누런색을 띠고, 마름 등 부엽수초 포인트에선 시커멓고 어두운 체색을 띤다. 혹여 수초라도 삭아 내리면 채색은 더 어두워진다.
포인트마다 붕어의 체색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사실은 붕어의 체색이 바뀌기까지는 적어도 2~3일 정도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보통 장마철에 흙탕물이 일면 붕어의 체색이 하얗게 바뀌곤 하는데, 그 시간이 비온 뒤 이틀 뒤 정도여서 비슷하게 추측할 수 있다. 결국, 한 포인트에서 같은 체색을 띠고 있는 붕어라면 최소 3일 정도는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회유론에 대한 반론2
포인트에 따라 체형이 다르다!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의 이천지는 3천평 규모의 소류지다. 상류엔 마름이 형성되어 있으나 하류는 맨바닥인 곳이다. 지난 2003년 5월, 일행 4명이 상·중·하류로 나뉘어 앉아 낚시를 시도한 뒤 고기를 모아봤는데 채색이 다른 것은 물론, 체형도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이 있었다. 그 뒤로 낚시를 가면 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낚인 붕어를 서로 비교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상류 수초대 등 비슷한 조건의 포인트는 몰라도 지형이 상이한 상·중·하류의 붕어 체형은 분명 달랐다. 붕어마다의 분명한 차이점은 바로 체고. 하류권의 고기는 몸집이 마르고 체고가 낮은 반면, 상류의 고기는 체고가 높고 몸집이 비대한 편이었다.
체색은 몰라도 체형은 며칠 새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 먹이 여건이 좋지 않은 하류권의 고기가 영양 상태가 떨어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붕어가 회유를 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먹이활동을 벌인다는 증거라 볼 수 있다. 한 번 서너 명이 출조를 오를 기회가 있다면 고르게 포인트를 나눠 낚시를 시도해 보라. 체색은 물론 체형도 틀리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포인트에 따라 다른 체색과 체형을 회유론의 반증으로 꼽았지만, 견해가 다른 독자분들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어느 한 포인트에 정착해 있다 하더라도 근거리 회유는 하는 게 아니겠냐고. 물론 그렇다. 붕어가 꼼짝도 않고 한 곳에 은신해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붕어는 먹이장소인 수초대나 수몰나무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은신처에서 먹이처로, 다시 먹이처에서 은신처로 움직이는데, 이는 회유라기보다는 반복적인 구간 왕복에 가깝다. 차라리 혼돈을 줄 수 있는 ‘회유’라는 표현보다는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일정 사냥 구간을 지칭하는 ‘취이영역’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대개 수초가 적은 곳일수록, 그리고 수심은 얕은 곳일수록 붕어의 취이영역이 넓어진다.

취이영역은 먹이 여건이 기준
체형을 보면 활동범위 알 수 있어

먹이여건 외에 붕어의 취이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으론 수심과 물색이 있다. 햇볕이 물속에 투과되어 그 빛이 끝나는 지점에 붕어들이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물색이 맑으면 맑을수록 붕어는 깊은 곳에 은신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심이 얕더라도 물색이 탁하다면 붕어는 과감히 연안으로 올라붙어 낮에도 먹이활동을 벌인다. 이러한 이유로 낮낚시를 할 때엔 햇볕을 등지는 것이 마주 보고 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지금까지 포인트를 기준으로 붕어의 취이영역을 살펴봤지만, 거꾸로 붕어의 체형으로 그 영역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체고가 높은 붕어는 먹이 여건이 좋은 포인트에 머물러 있어 취이영역도 좁다. 굳이 멀리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에 먹잇감이 많은 것이다. 반면, 체고가 낮은 붕어는 취이영역이 넓고 먹이 여건도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대신 입질은 더 좋은 편인데 배고픈 놈일수록 더욱 먹이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나 할까?
이렇듯 취이영역이 분명한 붕어도 일시에 은신처를 떠나거나 바꿀 때가 있다.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가 물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수위가 급변하는 갈수기와 장마철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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