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낚시에 갓 막 입문한 낚시인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한치용 에기의 선택이다. 책자나 인터넷, 유튜브 방송을 보면 한치 전용 에기뿐 아니라 소형 무늬오징어 에기나 갑오징어용 에기들 달고도 곧잘 한치를 낚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면서 ‘반드시 한치 전용만 먹히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하게 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치가 전용 에기만 덮치는 건 아니지만 입질 빈도만 놓고 비교하면 한치 전용에 더 잦은 입질이 들어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치용 에기를 뜻하는 이카스테는 오징어를 뜻하는 이카, 소형 에기를 뜻하는 스테의 합성어다. 필자가 사용하는 이키스테는 쯔리켄사의 제품이며 상품명은 스키테다. 메탈리스트 밤바는 봉돌과 에기 역할을 겸하는 제품이다)
일단 왜 한치낚시에서는 이카스테처럼 겉이 천으로 덮히고 말랑한 몸체의 에기를 쓰는 것일까? 그 기원은 일본에서 에기가 처음 탄생한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모든 정황을 다 소개하기에는 지면이 한정돼 가장 최근의 역사부터 소개해보도록 한다.
개량과 개선을 거듭한 에기가 현재의 모습을 띄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로 몸체에 천을 입힌 방식은 일본 오이타 지방에서 처음 시도됐다. 처음에는 무늬오징어를 낚는 에기에 천을 입혔고 이후 한치를 낚는 스틱형 루어에까지 영향을 미쳐 오늘날의 형태가 된 것이다. 길이와 형태, 푹신한 몸체 등도 오랜 세월 현장 테스트를 거쳐 확립된 것으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꼬리가 아래로 향하는 게 한치 루어의 특징
우선 이카스테를 쓰면 다른 에기보다 한치가 잘 낚이는 이유는 재질, 형태보다는 수중에서의 각도 때문이다. 무늬오징어는 위에서 아래로 덮치는 습성을 지녀 에기 바늘도 위쪽을 향한 것이 걸림이 잘 된다. 그래서 에기를 가라앉히면 머리 부위는 바닥에 닿고 꼬리는 들려 있는 형태가 된다.
주로 바닥을 더듬으며 먹잇감을 사냥하는 갑오징어는 수평으로 먹잇감을 공격한다. 그래서 갑오징어용 에기는 바늘이 달린 꼬리가 수평으로 떠 있다. 흔히 말하는 수평에기다.
반면 한치는 밑에서 위를 향해 먹이팔을 뻗어 먹잇감을 사냥한다. 따라서 바늘이 달린 꼬리가 아래를 향해 있을수록 걸림이 잘 된다. 낚시인 중에는 이카스테의 꼬리가 아래로 축 늘어지는 것을 보고 불량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극히 정상인 제품이다.
그렇다면 꼬리 쪽이 아래로 늘어지기만 하면 된다면 값싼 플라스틱이나 금속 소재로 루어를 제작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루어가 무거우면 한치가 에기를 잡았을 때 경계심을 느낄 것이고 액션에도 반응이 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이카스테 같은 전용 에기는 액션을 주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가 스르르 가라앉는다.
꼬리가 내려앉는 미세한 속도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개량과 개선을 거쳐 만들어진 이카스테만의 천 재질, 독특한 문양 등이 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기본 색상은 흰색, 빨강, 녹색, 보라지만
잘 먹히는 색상과 문양도 호불호가 나뉜다. 색상은 낚시인들이 필자에게 자주 물어오는 질문인데 필자 또한 정답은 없다고 본다. 시즌, 시간대, 물색 등에 따라 잘 먹히는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패턴 변화를 자주 느끼는 낚시인일수록 늘 좋은 조과를 거둔다는 점이다. 이 얘기는 곧 그 낚시인은 입질이 없을 때마다 수시로 색상과 문양을 교체해 잘 먹히는 패턴을 찾아냈다는 얘기이므로 ‘부지런한 낚시인이 많이 낚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도 낚시인들 사이에는 흰색, 빨강, 녹색, 보라가 우선 꼽히는 색상들인데 이 색상들을 기본으로 다양한 루어 로테이션을 해가면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그날의 입질 패턴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동시에 두 마리 낚이는 경우는 거의 없어
3단 채비를 달 쓸 것이냐, 2단 채비를 쓸 것이냐도 적잖은 고민거리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3단보다는 2단이 효과적이며, 2단만 써도 3단보다 못 잡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한치의 공격 습성 때문이다. 모든 포식성 동물들이 그렇듯 한치도 서열에서 가장 앞서 있는 놈이 공격의 우선권을 갖는다. 그런데 한 놈이 먹잇감을 덮치고 있는 와중에 다른 한치가 달려들어 나머지 루어(이카스테)를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보기 드물다. 우럭이나 열기 같은 고기는 먼저 바늘이 걸린 고기가 발버둥 쳐도 경계심 없이 또 다른 미끼를 물지만 한치는 약간의 경계심을 갖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
실제로 필자는 3년 전, 하룻밤에 한치가 300마리가 낚이는 상황에서 일부러 실험을 해보았다. 한 마리 히트 후 다른 이카스테에 또 한 마리를 걸어볼 작정으로 일부러 올리지 않고 기다렸지만 동시에 두 마리가 걸리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이후로도 수차례 실험해봤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한치낚시를 자주 다녀본 낚시인이라면 이런 경우를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고 어느 영상 자료에서도 한 채비에 두 마리씩 낚이는 장면은 보기 힘들다.
그래도 ‘2단보다는 3단이 다른 색상과 문양의 이카스테를 달 수 있어 한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이 물음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일단 색상과 문양은 관련이 매우 적고 얼마만큼 한치에게 어필하는 액션을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한치는 색맹이라 색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도 색상에 따른 명암이나 심도 차이는 미세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차이가 사냥 본능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즉 얼마나 한치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액션을 주고, 미세한 입질을 잘 간파하느냐가 최우선이며, 색상과 문양은 미세한 양념 역할을 한다는 게 필자의 경험이다.
한편 입질 빈도 차이를 발생하는 큰 요인으로 이카스테를 둘러싼 천 재질을 꼽을 수 있다. 이카스테 형태의 루어는 값싼 중국산도 시장에 많이 풀려있지만 사용해보면 효과에서 차이가 크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쯔리켄사를 비롯한 일본산 제품에 사용되는 에기 천은 중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원단이 중국산보다 조밀하고 바늘의 날카로움에도 차이가 크다.
메탈리스트 쓴다면 ‘타다닥-’ 액션이 유리
낚싯대의 초리를 빠르게 흔드는 ‘타다닥-’ 액션이 과연 효과가 클까 하고 의문을 품는 낚시인도 있다. 100g에 가까운 무거운 메탈리스트(봉돌과 루어 역할을 겸하는 쯔리켄사의 제품. 채비의 맨 아래에 단다)가 달린 채비를 낭창한 한치대로 타다닥- 하고 흔들어봐야 초리만 휘고 채비에 전달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 예상은 형태가 밋밋한 봉돌을 매달았다면 일리가 있는 얘기이다. 그러나 쯔리켄사의 메탈리스트는 몸체가 비대칭으로 설계돼 액션을 주면 다양한 각도로 빠르게 몸체를 비틀며 움직인다. 따라서 대를 높게 쳐들었다 내리기보다는 타다닥- 짧게 끊어주는 액션을 줄 때 메탈리스트가 짧고 절도 있게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채비에 매달린 이카스테 또한 부상을 입고 비틀대는 먹잇감으로 보이게 된다
생미끼 감아 쓰는 ‘살삼봉’은 거치식에 유리
제주도에서 시작된 일명 살삼봉 채비가 점차 남해안으로도 확산되는 느낌이다. 살삼봉이란 에기 등 쪽에 말린 학공치 포 같은 것을 감아 쓰는 것으로, 한치가 달라붙으면 물에 불은 포를 뜯어먹느라 떨어지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효과가 있어 제주도에서는 채비에 살삼봉 1개, 이카스테 1개를 각각 달아 쓰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런데 살삼봉을 효과적으로 쓰려면 액션을 주는 메인 낚싯대보다는 일정 수심에 박아놓는 거치식 장비에 쓰는 게 효과적이다. 살삼봉에 포를 감아 놓으면 에기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물론 액션까지 가하면 오히려 경계심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질이 잘 들어오는 상황에서 포를 감은 살삼봉과 이카스테만 단 채비를 동시에 흔들어 보면 확실히 액션이 자연스러운 이카스테에 입질이 빨리 붙는다. 살삼봉에 달려드는 한치는 오로지 마른 포를 뜯어먹기 위해 달려들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놔뒀을 때 입질받기가 더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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