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뱀장어, 이하 장어로 부른다)는 깊은 바다에서 태어나(장어의 산란 장소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민물에서 성장한 뒤 다시 알을 낳으러 바다로 가는 물고기다. 연어와는 정반대로 회유하는 셈이다. 그래서 장어는 바닷가의 하천이나 저수지에 많다. 반면 댐에서 낚이는 장어들은 대부분 인공적으로 방류한 치어들이 성장한 것이지만 바닷가의 장어보다 씨알이 굵어서 낚시어종으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장어 하면 가장 먼저 오르는 것이 ‘보신제’다. 현대인들은 갈수록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장어낚시와 같은 건강식 낚시가 점차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어는 대단히 힘이 센 물고기여서 파워와 긴장감까지 있어 장어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장어 전문꾼들은 극소수였고 소양호나 파로호에서 여름 시즌에만 잠깐 즐겼다. 그러나 지금은 낚시인들이 급증하여 전국의 많은 댐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장어낚시를 즐기고 있다.
장어는 야행성 어종인 데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 때문에 중량급 장비를 갖춰 밤낚시를 해야 한다. 그만큼 야성적인 낚시이며 장어의 신비로운 생태만큼 아직도 개척의 여지가 많은 낚시 장르다.
<시즌과 낚시터>
장마기를 낀 6~8월이 최고 호황기이고 9~10월도 잘 낚이는 편이다. 비 올 때보다 비 온 뒤 갠 다음날이 가장 조황이 좋다. 비가 오면 수위가 불어나면서 물속 지형이 바뀌게 되는데 장어는 은신처와 먹이사냥터를 찾아 움직이게 되고 새물을 타고 흘러드는 먹잇감을 쫓아 연안 가까이 붙는다.
우리나라 댐 장어낚시의 효시는 소양호지만 지금은 충주호와 대청호, 안동호, 장성호 등 국내의 많은 댐에서 풍족한 장어 자원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서울시내에 속한 한강 하류, 남한강과 북한강 일부에서도 장어낚시를 하고 있다. 그 외에 바다와 인접한 모든 강의 하구와 수로, 해안지방 저수지에는 장어가 서식하고 있다.
<장비>
낚싯대
장어낚시에는 잉어낚시용 릴낚싯대를 주로 사용한다. 먼 곳을 노려야 하고 힘이 좋은 장어를 제압해야 하므로 경질 릴대가 적합하다. 릴대의 길이는 수심이 깊은 댐에서는 가까이 던져도 되므로 약간 짧은 3.6m 정도가 알맞고 한강 같은 곳에서는 원투가 용이한 4.5m 이상을 주로 사용한다.
시중엔 초릿대가 부드러운 장어 전용 릴대도 출시되었다. 장어의 입질이 약할 땐 미끼만 씹어 먹고 돌아서는데 일반 릴대의 초릿대로는 그런 입질을 파악하기 힘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릴
일반 스피닝릴을 사용한다. 작은 것은 3000번부터 큰 것은 10000번의 대형 릴까지 사용하고 있다.
받침틀
장어낚시 포인트는 암반지대가 많아서 받침틀이 필수다. 소재를 본다면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두 가지가 있다. 전문 낚시인들은 무겁지만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소재를 선호한다. 알루미늄 받침틀은 내구성에서는 떨어지지만 가벼운 게 장점이다.
<채비>
원줄, 바늘, 봉돌
낚싯줄(원줄)은 장소에 따라 6호부터 12호까지 사용한다.
바늘은 깔따구바늘 15~17호, 감성돔바늘 5~7호, 장어 전용 바늘 15~17호를 주로 사용하는데,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렁이를 미끼로 쓸 때는 깔따구 바늘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봉돌은 댐에선 12호~20호를 사용하지만 원투가 필요한 강에서는 20호 이상을 쓰기도 한다. 봉돌의 모양은 탄두(원투에 유리하나 흐르는 곳에서는 불리하다), 삼각추(흐름 있는 곳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착수음이 큰 게 단점), 둥근형(동글동글한 만큼 이물감 적고 밑걸림 적은 대신 물 흐름에 따라 이동이 심하다) 등 다양하다.
<낚시방법>
장어는 대개 6~8m 이상의 깊은 수심을 공략해야 낚인다. 댐에서는 수심이 뚝 떨어지는 급경사 지대가 대표적인 포인트다. 바다와 연결된 강과 수로, 저수지에선 최소 2~3m 이상 수심을 노려야 한다.
장어는 많이 회유하지 않고 은신처 주변에서 먹이활동을 벌인다. 곳곳의 포인트를 노리기 위해서는 다대편성을 해야 한다. 한 사람이 보통 10대 정도를 던진다.
미끼가 싱싱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연출하려면 가지바늘의 줄꼬임을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편대채비를 사용한다.
포인트는 바위지대 직벽, 고사목 등 장애물 등이 주를 이룬다. 댐의 경우 돌무더기, 고사목 등을 노리고 저수지는 물골이나 제방 석축을 노린다. 강과 수로는 수문과 다리 교각이 포인트가 된다.
3단 입질에서 마지막 입질에 챔질
장어는 가까운 곳에서 물기 때문에 멀리 던질 필요는 없다. 저수지나 수로의 경우 10~15m, 댐은 30~50m가 일반적인 캐스팅 거리다. 낚시를 하다가 입질이 들어오는 낚싯대가 있으면 그와 비슷한 거리에 채비를 던져 넣는다.
입질 시간대는 해가 지고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초저녁에 집중된다. 밤 8시부터 12시까지는 간간이 장어가 낚이고 자정을 넘어서는 입질 빈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대신 이 시간대에 낚이는 장어는 씨알이 굵다. 보통 새벽 1~2시까지 낚시를 하고 지렁이를 모두 교체해 달아준 다음 수면을 취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자동으로 입걸림(일명 자동빵)되어 장어가 걸려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 아침 입질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보면 맞다.
장어의 입질은 보통 세 번에 걸쳐 나타나는 3단 입질 형태로 나타난다. 장어가 미끼를 물면 일단 좌우로 흔드는데 이때 초릿대가 좌우로 탁탁 흔들린다. 이때 챔질하면 모두 헛챔질이다. 장어가 미끼를 물고 뒤로 물러날 때 초릿대가 5cm 정도 숙여진다. 이때도 챔질하면 안 된다. 장어가 먹잇감을 물고 자신의 은신처를 가져가려 할 때 초릿대가 10cm 정도 숙여지는데 이때가 챔질타이밍이다. 대물은 낚싯대 끝이 더 큰 폭으로 앞으로 숙여지고 아예 올라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챔질에 성공했다면 장어가 장애물에 박고 들어가지 않도록 무조건 대를 세우고 릴링을 한다. 장어의 꼬리는 사람으로 치자면 손과 같기 때문에 돌 틈에 박히거나 고사목 등을 감으면 뽑아내기 힘들다. 장어가 힘을 쓰면 뒤로 물러나면서 버텨야 하는데 씨알이 1kg 이상이 되면 처음엔 꿈쩍도 않는 경우가 많고 끌어내는데 몇 분이 소요되기도 한다.
연안으로 끌어낸 장어는 목줄만 끊어서 보조가방(살림통)이나 살림망에 넣어둔다. 살림망은 양파망 같이 그물코가 작은 것을 쓴다. 붕어용 살림망을 쓰면 빠져나기 쉽다. 보조가방에 보관할 때는 장어 몸체가 살짝 잠길 정도만 물을 부어준다. 물을 너무 많이 부으면 오래 살지 못한다. 바늘을 삼킨 장어는 알아서 바늘을 뱉어 놓는다.
300~800g이 평균 씨알, 1.5kg 이상은 대물급
낚은 장어는 길이보다는 굵기를 두고 씨알을 표현하곤 한다. 박카스병 씨알은 장어의 몸통 굵기가 박카스병 만하다는 것이다. 보통 릴자루(손잡이대)는 200~300g, 박카스병은 700~800g, 캔커피는 1kg, 소주병은 1.6kg, 캔맥주는 2kg 정도 된다. 릴자루 씨알은 40cm급, 박카스병은 50~60cm, 캔커피 씨알은 70~80cm, 소주병 씨알은 1m급, 캔맥주 씨알은 1m~1.2m 정도의 길이가 되며 소주병 이상 씨알을 두고 대물이라고 말한다.
장어는 좀처럼 죽지 않는다. 그래서 물기만 있는 통에 보관해 온다면 대략 4시간 정도 살릴 수 있다. 또 물을 적신 신문지에 돌돌 말아 보관해도 오랜 시간 살릴 수 있다.
장시간 이동할 때는 기포기를 사용하거나 비닐에 물을 조금 넣은 후 산소를 불어 넣어주면 24시간 정도까지 살릴 수 있다.
택배로 장어를 보낼 때는 수건에 물을 적셔 장어를 돌돌 말아 싸고 얼린 생수 한 병을 넣어 스티로폼 박스로 포장하면 배달되는 동안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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