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나 항진균제 등에 내성이 생겨 치료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새로운 유형의 ‘약물 저항성 진균(곰팡이)’이 발견돼 전세계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번에 발견된 진균은 ‘좀비 곰팡이’라고도 불리는 칸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의 여섯번째 유형으로, 감염된 사람들 중 최대 60%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약물 저항성 진균은 특정 항진균제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이 생겨, 해당 약물로 치료가 어려운 진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감염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거나 제거하기가 어렵다.
칸디다 아우리스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클라드(clade,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분기된 생물의 한 유형)로 나뉘며, 각 클라드는 유전적으로 구별된다. 이는 진균이 진화하면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적응한 결과다. 기존까지 알려진 칸디다 아우리스 클라드는 다섯 개였다. 2009년 일본의 한 환자에서 처음 확인된 이례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발견된 진균은 여섯 번째 클라드로 기록됐다.
최근 ‘란셋 미생물(The Lancet Microbe)’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칸디다 아우리스는 2023년 4월, 싱가포르 종합병원(SGH)의 한 환자가 양성 반응을 보인 후 연구가 이뤄졌다. 이 칸디다 아리우스의 치명적인 진균 감염이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이번 새로운 유형은 기존에 알려진 다섯 개의 칸디다 아우리스 클라드와 유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변종이며, 이를 가진 환자 사례가 두 건 더 발견되기도 했다. 두 명의 환자는 서로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이 신흥 유형이 여러 곳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났음을 시사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제1 저자이자 SGH의 컨설턴트인 캐리 코 박사는 “새 진균 병원체인 칸디다 아우리스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할 가능성이 있으며, 다약제 저항성, 높은 전염성, 높은 사망률로 인해 전 세계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칸디다 아우리스가 다음 팬데믹 촉발 할 수 있다”는 보건 전문가들 경고
과학자들은 칸디다 아우리스가 다음 팬데믹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칸디다 아우리스를 연구 및 공중 보건 조치의 ‘중요 우선 순위’로 지정 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 진균을 ‘긴급한 항생제 저항성 위협’으로 선언했다.
지난 2023년 7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주를 포함한 29개 주의 의료시설에서 칸디다 아우리스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거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그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16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임상 사례가 2019년 476건에서 2021년 1,471건으로 증가, 선별 사례는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 3배로 증가했다.
이들 사례는 칸디다 아우리스 감염 치료에 가장 권장되는 항진균제인 ‘에키노칸딘(Echinocandin)’에 대해 저항성을 보였다. 역학자인 메건 라이먼 박사는 “사례의 급속한 증가와 지리적 확산은 보다 강력한 감시와 더 빠른 진단 테스트, 입증된 감염 예방과 통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칸디다 아우리스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15개 EU/EEA 국가에서 1,812건이 보고됐다. 2020년 8개국 335건과 2021년 13개국 655건으로 1년새 두 배로 증가했다. 영국과 스페인은 발병을 처음 보고한 국가들이다.
질병에 취약한 사람들 약 먹어도 반응이 없게 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 공중보건에 위협
칸디다 아우리스는 혈류에 들어가면 생명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진균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지만,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 이미 아픈 환자, 노인, 신생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진균에 감염돼도 대개 증상은 없다. 일부 사람들은 발열, 오한, 땀, 저혈압, 피로, 심박수 증가, 귀 통증, 발진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면역력이 낮고 건강이 취약한 사람에게서 칸디다 아우리스는 귀 및 상처 감염, 요로 감염(UTI) 및 혈류 감염을 일으켜 패혈증과 같이 몸 전체로 퍼질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 진균으로 인한 사망률은 30~60% 사이에 이른다.
칸디다 아우리스는 감염된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 또는 오염된 표면을 만지거나 의료기기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격리돼야 하며, 영향을 받은 임상 구역에 대한 위생 절차와 청소가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편, 2009년까지 인간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던 이 진균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기후 변화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대부분의 곰팡이 병원균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체온을 유지해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왔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곰팡이도 더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생겨 인간의 저항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진균 감염에 그 어떤 치료제도 효과가 없어지면 단 1~2주 만에 병원 전체에 곰팡이가 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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