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입추(8월 7일)가 지났다.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어종이 바로 갈치다. 갈치 중에서도 연안 방파제와 갯바위에서 낚이는 2~3지 크기의 갈치를 흔히 ‘풀치’라고 부르는데, 풀치낚시의 재미가 너무 좋다. 연안 갈치의 인기가 어느 정도냐면 갈치가 붙었다고 소문이 나는 순간 어마어마한 인파가 삽시간에 몰려 낚시할 자리가 없을 정도다.
부산 해운대에 거주하는 필자는 매년 가을이면 연안 갈치의 대단한 인기 덕분에 혼비백산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주말 평일 구분할 거 없이 갈치가 붙었다고 소문난 부산 연안의 방파제와 갯바위 주변으로 낚시인이 몰리면서 차량 정체가 극심한 것은 기본, 며칠씩 장박낚시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갈치 루어낚시의 재미라면 호쾌한 입질과 시원한 마릿수 조과에 있다. 일단 갈치 무리가 연안으로 들어오면 작은 물고기를 사냥하기 위해 접근한 것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만 있으면 달려든다. 심지어 갈치끼리 잡아먹는 경우가 흔할 정도로 먹성이 대단하기 때문에 포인트만 찾는다면 연안 바다루어낚시 중 가장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볼락, 에깅, 전갱이를 전문으로 즐기는 낚시인들조차 갈치가 등장하면 모든 것을 팽개칠 정도다. 낚시 자체가 재밌으니 초보라면 꼭 한 번 갈치 루어낚시에 도전하길 바란다.
갈치의 생태와 시즌
갈치는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가 금어기다. 7월에도 연안에서 갈치를 낚을 수 있지만 크기가 너무 작다. 갈치는 금어기 제재도 받지만 주둥이부터 항문까지의 길이가 18cm 이하인 것도 잡을 수 없으므로 8월이라도 너무 작은 개체는 낚지 말아야 한다. 가끔 통영이나 여수 내만에는 갓 부화한 멸치만한 크기의 갈치부터 연필 크기의 갈치들도 무수히 헤엄치고 다니는 것이 보이는데 그런 갈치는 노리지 말아야 한다.
8월에는 갈치가 제법 커져서 손가락 두 개 너비 정도다. 2지 정도면 길이가 30cm가 넘기 때문에 낚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으며 가을이 깊어 갈수록 낚이는 갈치가 점점 커진다. 연안 갈치는 보통 11월까지 낚인다. 방파제나 항구 등 아주 가까운 곳은 11월이면 시즌이 끝이 나고 갯바위나 먼 바다에 있는 항구에서는 12월까지 갈치가 낚이기도 한다. 12월 이후에는 먼 바다로 모두 나가기 때문에 갈치를 낚을 수 없으며 내년 여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갈치는 낮에는 수심이 깊은 곳에 머물고 있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따라 연안으로 접근한다. 따라서 연안 가까운 곳에 수심이 깊은 곳이 있어야 갈치 포인트가 된다. 갈치 포인트는 조류가 세게 흐르는 곳보다 완만하게 흐르는 곳이 좋다.
갈치 씨알을 결정하는 것은 90% 이상이 포인트다. 동종을 서로 잡아먹는 갈치의 특성상 잔 씨알과 큰 씨알이 같은 장소에 있을 확률은 낮다. 최근에는 집어등으로 인해 포인트가 나뉘기도 하는데, 그동안 갈치낚시 포인트가 아니었다가 가로등이나 경관용 조명 설치로 인해 갈치가 모여들어 명포인트가 된 곳이 많다. 새로 생긴 다리나 경관용 조명이 설치된 공원은 갈치낚시가 될 확률이 매우 높은 곳이다.
포인트는 남해안 전체다. 서쪽의 목포부터 동쪽의 부산까지 모든 연안에서 갈치를 낚을 수 있다. 서해에는 여름에 군산, 보령 일대에 갈치가 붙고, 동해는 포항~경주에 갈치가 붙긴 하나 매년 붙는 것은 아니므로 조황을 살펴야 한다.
장비·채비 - 볼락로드에 0.6호 합사가 기본
시기에 따라 채비를 다르게 해야 한다. 여름에는 30cm 내외의 비교적 작은 갈치가 낚이기 때문에 로드는 볼락 루어대를 선택한다.
작은 갈치는 입질하는 힘이 조금 약하기 때문에 낚싯대의 초리가 낭창해서 갈치가 입질할 때 잘 휘어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채비도 2~3g으로 가벼운 것을 주로 쓰기 때문에 볼락 루어대가 안성맞춤이다. 볼락 루어대가 없다면 아징 전용대나 배스대도 좋다. 로드의 길이가 2~2.5m인 것을 쓰고 길면 길수록 채비를 멀리 던질 수 있으므로 다소 긴 낚싯대를 권한다.
10월 이후 연안에서 3지 갈치가 낚이면 그때는 에깅대를 써야한다. 에깅 전용대 ML~M 파워를 선택하고 루어는 7~10g 지그헤드에 4~5인치 웜을 꿰어 쓴다. 루어가 묵직하기 때문에 멀리 캐스팅하기 위해서는 에깅 로드 정도의 강도는 돼야 좋다. 그리고 3지가 넘는 갈치는 강하게 입질한 후 파이팅이 대단하므로 멀리서 입질을 받아 빨리 끌어내려면 강한 낚싯대를 써야한다. 하지만 농어대처럼 너무 강한 낚싯대는 초리가 빳빳해서 갈치가 입질할 때 미스바이트가 날 확률이 높으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에깅대나 바다루어 범용대 등을 사용하면 적합하다.
스피닝릴은 2000번이 적합하며 합사는 0.6호 내외를 쓰고 목줄은 2호를 주로 사용한다. 낚은 갈치를 손으로 잡으면 비린내가 심하게 나기 때문에 집게가 있으면 좋고 낚은 갈치를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아이스박스가 필수다.
필수 테크닉1 - 활성 좋을 땐 지그헤드가 최고
시중에는 다양한 갈치낚시용품이 나와 있다. 처음 갈치낚시를 접하면 대체 어떤 채비를 사용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채비부터 구비하는 것이 좋다.
갈치의 활성이 좋을 때는 일반 지그헤드로 느린 리트리브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어떤 액션보다 꾸준한 리트리브가 효과적이다. 활성이 좋을 때는 갈치들이 물속에서 몸을 세로로 세워 위를 지나가는 먹이를 사정없이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때 괜한 액션은 입질에 방해만 될 뿐이므로 천천히 리트리브해서 갈치가 한 번에 루어를 덮치도록 유도한다.
단, 반대로 연안에서 스트레스가 쌓여 입질이 없거나 조류가 죽어 활성도가 점점 떨어져 갈 때는 트위칭이나 저킹 등 갈치의 본능을 자극하는 액션을 넣어 주어야 한다. 조류가 거의 죽어가거나 주위에 생미끼에도 입질이 없을 때에는 와인드 액션이 빛을 발한다. 와인드 액션이란 와인드 전용 지그헤드(헤드 모양이 삼각형인 지그헤드)를 이용하여 좌우로 광범위하게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수심이 많이 나오고 조류가 빠른 지역에서 활성이 좋은 큰 갈치를 노릴 때는 7~15g의 지그헤드나 물결채비, 3~5인치 섀드웜이나 스트레이트 웜을 조합하여 구성한다. 채비를 조금 더 크게 무겁게 만들면 더 큰 갈치가 입질할 확률이 높다.
필수 테크닉2 - 와인드 기법 활용
갈치 루어낚시에 사용하는 채비는 예전에 유행한 물결채비를 기본으로 갖가지 모양으로 파생된 것이 대부분이다. 현장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물결채비 하나만 있으면 갈치 루어낚시는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션은 단순 감기(리트리브)와 가벼운 트위칭, 저킹으로 마치 베이트피시가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 가능해 초보자도 수월하게 낚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물결채비의 단점이라면 빠른 고기 처리가 필요한 갈치낚시에서 트레블훅에 걸린 갈치를 빼기 어렵다는 것이다. 갈치 이빨이 날카로워 손으로 빼려면 갈치의 이빨이나 트레블훅에 상처를 입기 쉽다. 그래서 트레블훅의 미늘을 플라이어로 뭉개서 갈무리가 수월해지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테크닉이다. 또 갈치 활성이 좋을 때는 굳이 물결채비를 쓰지 않고 외바늘채비로도 원하는 만큼 마릿수를 올릴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채비를 선택해 쓰면 보다 편리하게 낚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와인드 조법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와인드 전용 지그헤드(헤드 모양이 삼각형인 지그헤드)를 이용하여 좌우로 광범위하게 움직이는 와인드 액션을 연출한다. 와인드 액션의 연출법은 간단하다. 상하로 로드를 움직이며 릴을 감을 때도 같은 방향으로 감아 들이는 것으로서 상하 또는 좌우로 웜이 급격하게 변하는 액션이 나타난다. 이 액션은 물고기가 포식자를 보고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므로 갈치의 활성이 낮을 때 포식자의 본능을 자극하여 루어를 공격하게 만든다. 일반 지그헤드로 와인드 액션을 연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날카롭게 좌우로 움직이기보다는 두루뭉술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액션이 나와 와인드 전용 지그헤드에 비해 효과는 떨어진다.
필수 테크닉3 - 입질 끊어지면 어두운 컬러 웜으로 교체
갈치 루어낚시에는 기본적으로 축광이 잘되는 웜을 쓴다. 웜에 플래시를 비춰 웜이 초록색으로 발광하게 만든 후 사용하면 갈치가 더 빨리 입질한다. 그러나 갑자기 갈치의 입질이 끊어지거나 상층부를 유영하는데도 공격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두운 색상(주로 보라색)이나 베이트피시에 가까운 파란색 웜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갈치는 연안으로 접근해 집어등이나 가로등의 불빛에 익숙해지면 베이트피시와 웜을 구분하기 시작해 어느 순간 입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웜을 내추럴 컬러로 교체하는 것이다.
웜 색상은 축광 기능이 있는 밝은 어필 계열부터 어두운 색까지 그날의 갈치 활성에 따라 바꿔주며 사용한다. 축광을 기본으로 밝은 색부터 점점 어두운 색 순서로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 갈치의 이빨에 의해 웜이 손상되어 입질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웜의 상태를 잘 확인해야 한다. 플라스틱 재질의 웜은 갈치를 몇 마리만 잡아도 금방 너덜너덜해지므로 항상 점검을 해야 하며, 웜의 손실을 줄이려면 실리콘으로 만든 튼튼한 웜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끔 갈치가 연안에는 있지만 웜 사정거리 바깥으로 빠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때는 메탈지그를 활용해야 한다. 메탈지그는 7~30g까지 다양한 무게와 형태가 있는데 포인트의 수심과 조류의 세기에 따라 무게를 선택한다. 우선 메탈지그를 멀리 캐스팅한 후 트위칭이나 저킹 액션을 주면 폴링 때 입질을 받게 된다. 연안 갈치낚시는 메탈지그를 바닥까지 가라앉혔다가 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수면에 착수 직후 액션을 주고 가라앉히는 게 올바른 순서다.
액션과 폴링은 패턴을 자주자주 바꿔야 효과적이며 메탈지그의 침강속도가 너무 빠르면 갈치가 가라앉는 메탈지그를 따라서 되레 바닥으로 가라앉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컬러는 야광이 기본이고 입질이 없을 시 은색이나 파란색 계열로 바꾼다.
소형 바이브레이션의 활용 - 낮에는 멀리 떨어진 중층을 공략
여름에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지만 10월 이후에는 갈치가 낮에도 낚인다. 특히 물색이 탁하거나 낮에 멸치 어군이 발견되는 곳에서는 낮에도 갈치가 잘 낚인다. 문제는 갈치가 연안에서 조금 떨어진 중층에 있기 때문에 낚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때는 바이브레이션을 사용하면 조과를 올릴 수 있다.
바이브레이션은 물고기 형태의 금속 루어인데 비거리가 메탈지그보다 더 좋고 전층을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액션도 메탈지그보다 주기 쉬워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그냥 던지고 감는 것이 기본이며 표층부터 시작하여 바닥 근처까지 모두 공략을 한다. 천천히 리트리브를 하거나 낚싯대를 들었다 내리면서 바이브레이션이 상하로 움직이게 하면 갈치가 공격하는 수심층을 찾을 수 있다. 수심층을 찾으면 지속적으로 그 수심층을 노린다. 바이브레이션을 운용할 때 주의할 점은 리트리브는 멈추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폴링 액션에 입질이 많기 때문에 항상 액션은 다양하게 주어야 한다.
집어등의 활용 - 무조건 밝은 것이 좋다
갈치낚시에서 집어등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집어등은 밝으면 밝을수록 유리하다. 동네 방파제에서는 집어등의 밝기가 조과를 판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치들은 빛의 경계면의 어두운 곳에 은신하며 사냥을 한다. 채비를 던져 갈치를 빛의 경계면 근처까지 끌어 왔다면, 더 많은 갈치를 좀 더 오래 주변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집어등이 밝히는데 밝기는 밝을수록 유리하다.
시중에 판매하는 갈치낚시용 집어등의 밝기는 주로 W(와트, 일반적인 빛의 밝기는 Lux로 표기)로 표기하는데 갈치낚시에 쓴다면 24W는 기본이다. 볼락의 경우 10W 미만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갈치는 되도록 밝아야 한다. 일부 낚시인들은 발전기를 따로 사용해 가로등보다 밝은 100W 이상의 집어등을 제작해 사용하기도 하므로 ‘집어등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밝은 것을 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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