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런이 국내에 보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팁런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낚시 방식을 오해하는 낚시인들이 많다. 더구나 팁런이 인기를 누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입문을 시도하고 있는데, 초보자의 경우 전용 장비만 갖추고 기본 테크닉을 익히지 않아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팁런 테크닉의 핵심은 1~2회 액션 후 ‘스톱’
팁런은 단순한 낚시이므로 기본 테크닉 이상의 과도한 액션을 할 필요 없다. 가을에는 활성이 높은 무늬오징어가 자동으로 에기를 물어준다고 믿는 편이 낫다. 팁런의 기본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포인트에 도착하면 에기를 수직으로 내린다. 이때 낚싯대를 수직으로 세우면 더 빨리 에기를 내릴 수 있다. 캐스팅을 하면 조류가 센 곳에서는 금방 포인트를 벗어나고 바닥으로 쉽게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캐스팅은 금물. 단, 조류나 바람이 밀려오는 역방향 자리라면 최대한 멀리 캐스팅한다.
②팁런 에기를 바닥까지 내린다. 포인트 수심이 10~20m이고 조류가 흐르기 때문에 원줄의 상태를 보고 에기가 바닥에 안착했는지 확인한다. 에기가 바닥에 닿았어도 조류에 의해 라인이 계속 풀려나갈 수 있으므로 라인과 낚싯대의 감도를 통해 에기가 바닥에 닿는 순간을 느껴야 한다.
③에기가 바닥에 닿으면 로드를 들어 1~2회 가볍게 액션을 준다. 강한 액션이 아닌 가볍게 들었다 놓는 정도면 충분하다.
④액션과 동시에 바로 여윳줄을 감아 정지 후 라인의 텐션을 유지한다. 텐션을 유지하면 에기가 일정 수심을 유지한 상태로 끌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20초가 적당하다. 액션 후 에기를 다시 바닥으로 내리는 낚시인들이 있는데 에기가 바닥에서 20~30cm 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유영해야 무늬오징어가 입질한다.
⑤10~20초 끌어준 후 입질이 없으면 다시 1~2회 액션을 주거나 에기를 바닥으로 내렸다가 액션 후 텐션을 유지하는 것을 반복한다.
⑥입질이 오면 초리의 휘어진 상태로 알 수 있다. 보통은 초리가 내려가고 무늬오징어가 에기를 안고 뜨거나 배밑으로 들어가면 초리가 일자로 펴진다. 섬세한 초리를 쓰는 이유가 바로 초리로 입질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깊은 곳에서 무늬오징어가 입질하기 때문에 입질이 약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초리에 반응이 오면 즉각 챔질해주는 것이 좋다.
가을에는 무늬오징어가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며 먹이를 사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조류가 센 물골 지역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제주도나 포항처럼 얕은 여밭이 넓게 펼쳐진곳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통상적으로 무늬오징어는 먹잇감과 거의 일직선 상태를 유지하며 천천히 접근해 촉수를 뻗어 먹이를 잡는다. 특히 조류가 없는 곳이라면 무늬오징어가 거의 정지한 상태로 암초 주변에 붙어 적극적으로 먹이사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액션은 예민한 입질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낚싯배가 흘러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유영 액션을 100% 활용하는 것이 팁런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또한 ‘무늬오징어는 솟구치는 에기에 반응한 후 에기가 가라앉을 때 덮친다’는 연안낚시 공식을 버려야 한다. 팁런을 할 때도 에기가 많이 솟구치도록 강한 액션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액션은 필요 없다.
과감하게 0.4~0.5호 합사로 교체
한때 연안 에깅의 적정 라인 호수는 합사 0.8호였다. 하지만 지금은 캐스팅 비거리, 감도 등을 이유로 0.5~0.6호를 즐겨 쓴다. 팁런은 10여 년 전 일본에서 출시할 당시에도 더 가는 합사 0.4호를 원줄로 추천했다. 그 이유는 무늬오징어의 무게가 1kg이라도 어차피 물속에서 랜딩까지 끝나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성능 드랙, 낭창거리는 낚싯대로 인해 라인이 터질 일이 거의 없는 것도 이유다. 그래서 현장에서 에기로 바닥을 찍기 힘든 낚시인이라면 과감하게 0.4~0.5호 합사로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고급 13합사의 강도가 뛰어나고 매듭을 해도 잘 터지지 않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라인이 가늘어지면 조류의 영향을 최소화해 에기가 더 빨리 가라앉고 포인트를 벗어나지 않는다. 스피닝릴은 2000번이나 커도 2500번을 사용하며 팁런 로드 역시 합사 0.4~0.5호에 맞는 강도를 고른다. 최근에는 팁런 로드로 과감하게 캐스팅하는 낚시인들이 많은데, 팁런 로드는 가이드 구경이 작고 개수가 많은데다 초리가 낭창해서 캐스팅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캐스팅을 하는 순간 초릿대가 덜렁거리며 라인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가는 합사를 사용할 땐 그 점만 주의하면 장점이 더 많은 아이템이다.
야간에는 플래싱 효과 강한 컬러 선택
우리나라는 남해와 제주도를 제외하면 주간보다는 야간에 팁런을 하는 것이 유행이다. 남해의 거제, 통영에서는 9월부터 11월 초까지 거의 밤에 출조하며 동해도 주로 오후에 출조해 다음날 아침까지 팁런을 하는 추세다. 밤에 팁런을 하는 이유는 무늬오징어가 바닥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어서 스쿨링 포인트를 찾기 쉽고 활성도 좋기 때문이다.
밤에 팁런을 할 때는 피딩이 큰 의미가 없다. 물때가 더 중요하다. 중들물 이후부터 중썰물까지가 좋고 간조 땐 조황이 시들한 편이다. 그리고 동해안에서 야간에 팁런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밤에 조류가 잘 흐르기 때문이다. 어부들 사이에는 ‘낮물이 안 가면 밤물이 잘 가고, 밤물이 안 가면 낮물이 잘 간다’는 속설이 있다. 동해안의 경우 낮에 조류가 잘 흐르지 않고 밤에 조류가 잘 흐르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가을에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조류가 흐르는 곳에서 잘 낚이는 무늬오징어를 낚고 싶다면 야간에 출조하는 것이 유리하다.
야간에는 에기 컬러 선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밤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을에는 물색의 투명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물색이 맑을 때는 플래싱(반짝이는) 효과가 강한 금색, 은색 속지가 들어 있거나 에기의 실루엣을 노출하기 쉬운 빨간 속지를 사용하면 유리하다. 활성도가 좋을 때는 에기를 멈춘 후 1~2초 후에 입질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테이 시간을 짧게 하는 낚시법도 효과적이다.
포인트 상황에 맞추어 에기의 컬러를 바꾸고 싶다든가 베이트피시의 크기에 맞추고 싶다고 할 때는 전용 싱커를 활용한다. 기존 에기를 사용해 무게와 컬러를 자유롭게 로테이션할 수 있어 보다 효과적으로 무늬오징어에 대응하고 입질을 유발시킬 뿐 아니라 간단하게 탈착 가능하여 효율 좋게 팁런을 즐길 수 있다.
전용 싱커는 60g까지 출시되어 수심이 깊거나 조류가 빠른 상황에 대응할 수 있으므로 여러 개 준비하는 것이 필수다. 참고로 남해 먼바다 섬은 제주도와 포항과 달리 조류가 아주 강하고 수심이 30m가 넘는 포인트도 있다. 그래서 야간에 팁런을 할 때는 30g 팁런 전용 에기는 기본이고 40~60g 싱커를 세팅한다.
<팁런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요즘 팁런이 어렵다고 느끼는 낚시인이 많다. 그런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팁런은 무늬오징어의 활성이 강한 시기에 하는 것이 아니다. 늦가을이 되어 무늬오징어가 깊은 곳으로 빠진 후 무리를 짓는 시기에 한다. 늦가을이 되면 무늬오징어가 수심 30m 내외로 내려가 무리를 짓는데, 이때 무늬오징어 스쿨링 포인트를 찾으면 굵은 씨알로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다. 한 번 스쿨링 포인트를 만나면 한 자리에서 킬로급으로 십여 마리씩 뽑아내는 재미가 바로 팁런이다. 무늬오징어가 바닥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에 낚시도 더 쉽다.
하지만 요즘은 ‘팁런=무늬오징어 선상낚시’ 개념으로 굳어져 8월부터 10월까지 한다. 이때는 잔챙이 무늬오징어가 전층을 휘젓고 다닌다. 게다가 팁런을 하는 수심도 15m 내외로 그리 깊지 않은 것이 문제다. 얕은 곳에서 활성이 높은 무늬오징어를 상대로 팁런을 하면 입질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낚시인들은 다양한 입질을 보고 ‘입질이 예민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무늬오징어가 팁런 에기를 들고 상승하거나 낚싯배보다 더 빨리 전진해서 초리로 입질을 파악하기 애매한 상태가 된다. 그리고 감자니 고구마니 하는 잔챙이들이 50g 내외의 무거운 팁런 에기를 제대로 덮치지 못해 헛챔질이 자주 생기는 것이다. 초가을에 많은 낚시인들이 3호 팁런 에기만 사용해 잔 씨알을 잡는 것이 그 방증이다.
11월 이후에는 무늬오징어 조과가 현격하게 떨어지고 삼치, 갈치, 전갱이, 문어, 대구 등 새로운 어종이 등장하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 팁런 시즌은 9~10월 두 달이 피크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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