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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이론/떡밥낚시

글루텐 이야기

by 사계A 2021.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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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은 붕어 미끼 중 가장 종류가 많고 유행을 많이 타는 미끼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토종붕어용 떡밥은 깻묵 성분의 곡물떡밥과 콩가루 떡밥이 주류를 이뤘다. 당시만 해도 글루텐 떡밥은 떡붕어 낚시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토종붕어낚시인들은 글루텐을 쓰면 잔챙이가 물어 피곤하다. 우직한 토종붕어에게는 곡물이 많이 들어간 토종떡밥이 최고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관념을 한 방에 허물어뜨린 계기가 등장했는데  배스의 전국적 확산이었다. 2000년 중반부터 전국 저수지와 강계에 배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토종 어류들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는데 새우, 피라미, 버들치, 납자루 같은 고기가 초토화됐고 그나마 덩치가 큰 붕어와 잉어 정도만 살아남으면서 수중생태계가 재편되었고 붕어의 먹이활동 사이클에도 큰 변화가 왔다. 살아남은 붕어들 역시 언제, 어디서 배스의 공격을 받을지 모르다보니 먹이를 찾아 회유하는 시간이 짧아졌고, 먹이를 입에 넣는 동작도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것. 그런 영향으로 입자가 굵고 거친 곡물떡밥에는 입질이 뜸해지고 부드럽고 가벼워 먹기 편한 글루텐 떡밥이 현재까지 각광 받게 됐다. 

글루텐 떡밥의 장점은 강력한 점성과 부드러움 식감을 꼽을 수 있다. 글루텐 떡밥은 그물처럼 생긴 섬유질이 얽기고 설긴 구조로 그 섬유질 사이에 감자 가루(맛슈) 혼합돼 있다. 물속에 들어가면 섬유질 사이로 감자 가루가 흘러내리지만 점섬 강한 섬유질은 그대로 유지돼 바늘에 장시간 붙어 있다. 그래서 붕어가 살짝만 흡입해도 바늘이 섬유질과 함께 입속으로 쏙 빨려 들어가기 때문에 걸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점성이 약해 시간이 지나면 바늘 주변으로 입자가 모두 녹아내려 바늘과 떡밥이 분리되는 토종 곡물 떡밥과 크게 대비되는 글루텐 떡밥만의 강력한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글루텐 떡밥은 짧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하룻밤이 지나도 형태를 유지하다 보니 입질 뜸한 배스터 미끼로 각광받게 됐다.




글루텐 떡밥이 토종붕어낚시의 주력 떡밥으로 등장함과 동시에 다양한 성분 변화가 이루어진 제품이 속속 개발됐다. 대표적인 제품이 옥수수글루텐이다. 강력한 점도와 옥수수 알갱이 곡물 효과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으며 떡밥 시장에 안착했다. 이후 많은 업체에서 속속 옥수수글루텐을 출시해 옥수수글루텐 전성기를 맞았다. 옥수수글루텐 떡밥이 개발될 당시는 전국적으로 옥수수 미끼 열풍이 불던 시기라 낚시인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옥수수 글루텐을 받아들였고, 효과도 뛰어나 현재까지도 많은 낚시인들이 애용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신장떡밥 같은 토종 곡물 떡밥이 위력을 발휘하는 곳들이 많다. 글루텐 맛에 덜 길들여진 댐낚시터가 대표적인데 충주댐, 의암댐 같은 곳에서는 여전히 밑밥과 미끼 겸용으로 신장떡밥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반 저수지는 물론 유료터에서도 글루텐 떡밥과 신장떡밥을 짝밥으로 달아 집어하면 훨씬 집어가 빠르다는 게 신장떡밥 애용자들의 얘기다.

약 3년 정도 인기를 끌던 옥수수글루텐에 이어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떡밥은 어분글루텐이다. 어분글루텐이란 이름 그대로 글루텐에 어분 성분이 함유된 것이다. 유료터는 물론 토종터에서도 어분글루텐의 효과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어분글루텐이 낚시터와 시즌을 가리지 않고 잘 먹히는 점도 인기가 높아지는 비결이 되고 있다. 향붕어와 중국붕어가 방류된 유료터와 자연지에서 모두 잘 먹히는 점은 이미 널리 입증된 상황이며, 동물성이다 보니 동절기처럼 수온이 낮아진 악조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다. 여기에 장시간 방치해도 바늘에 단단히 붙어있는 글루텐 성분과의 시너지 효과도 낳고 있다. 

어분글루텐 유행과 동시에 불고 있는 트렌드는 단품 사용이다. 종전에는 최소 두 종에서 세 종에 이르는 각기 다른 성분의 떡밥을 혼합해 쓰는 방식이 유행했으나 최근에는 한 종의 떡밥만 달아 단품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글루텐 떡밥-옥수수글루텐 떡밥-어분글루텐 떡밥으로 이어지는 떡밥 트렌드에 대해선, 그만큼 붕어의 식성이 가변적이고(잡식성이고) 학습이 잘 되는 어종이라 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쉽게 말해 특정 미끼를 지속적으로 투입하게 되면 붕어들이 그 미끼에 길들여지면서 ‘잘 먹히는 미끼’로 자리 잡는다는 얘기다. 실례로 유료터에 가보면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만 잘 먹히는 곳들이 의외로 많은데, 떡밥 업체의 로비로 해당 떡밥만 오랫동안 투여되면서 붕어의 입맛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분글루텐에 이어 또 어떤 성분을 함유한 떡밥이 등장해 히트를 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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