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목(目) 황줄깜정이과(科)의 벵에돔은 그 종류가 셋으로 나뉜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동해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벵에돔, 제주도 해역에서 출현이 잦은 긴꼬리벵에돔, 일본에서도 오끼나와 부근 해역에서나 발견되는 양벵에돔이 그것이다. 벵에돔은 남해안과 동해안에 주로 서식하지만 서해안에선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남해와 동해가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반면 서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맑고 깨끗한 조류를 좋아하고 민물이 섞인 조류를 싫어하는 습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벵에돔은 최대 50~60cm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55cm급 전후의 씨알들이 낚시에 확인되고 있다. 서식 여건이 한국보다 좋은 일본에서도 60cm급 벵에돔은 꿈의 고기로 불리고 있는데, 70cm급 긴꼬리벵에돔보다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벵에돔은 낮은 수온에도 비교적 적응력이 뛰어나 추자도나 거문도·여서도 등지의 겨울 낚시에서도 종종 대물이 낚이곤 한다. 이미 한국의 겨울 바다에 적응한 붙박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선 주로 제주도 해역에 서식하는 긴꼬리벵에돔의 생김새는 벵에돔과 유사하지만 몇 가지 다른 습성을 지니고 있다. 벵에돔이 정착성이 강한 어종인 반면, 긴꼬리벵에돔은 회유성이 강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벵에돔보다도 더 난류성 어종이어서 제주도에서도 남쪽 해역에서 잘 낚이고 씨알도 굵은 놈들이 많다. 깊은 수심과 얕은 수심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빠른 본류대를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남해안에서도 추자도와 여서도, 사수도 등지 같은 곳에선 긴꼬리벵에돔이 확인되곤 있으나, 대부분 쿠로시오의 영향력이 강한 여름~가을 무렵에 해당하며, 수온이 하강하는 겨울철엔 제주도 한 곳으로 압축된다. 일본에서는 70cm가 넘는 개체가 갯바위에서 낚인 바 있으며, 최대 80cm급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벵에돔은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열대어에 속한다. 도쿄 이남의 태평양 해역 각지와 남녀군도보다도 더 남쪽인 오끼나와 해역 부근의 유구열도 등지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이 마저도 개체수가 극히 적어 낚시 대상어가 되지 못한다. 양벵에돔은 성어라도 50cm가 넘는 씨알이 드물고, 유어 때는 몸의 세로 방향에 노란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 있다. 최저 11도, 최고 27도에선 먹이활동 중단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은 다양한 부위별 특징으로 구별할 수 있다. 긴꼬리벵에돔의 꼬리지느러미 가운데 윤곽이 깊긴 하지만 개체에 따라선 별 반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구별점은 역시 아가미뚜껑 테두리 부분의 색상이다. 긴꼬리벵에돔은 검은빛의 테를 두른 반면, 벵에돔은 전체가 같은 색을 띤다. 그 다음의 구별점은 구강 구조다. 벵에돔은 딱딱하지 않은 융모가 두세 겹으로 겹쳐 있는데 반해, 긴꼬리벵에돔은 각질의 딱딱한 이빨이 일렬로 나 있다. 아울러 비늘이 더 작고 조밀한 편이며, 자세히 살펴보면 가슴지느러미 시작 부위에도 2~3mm 가량의 검은 테가 그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긴꼬리벵에돔이란 이름은 일본 명칭인 오나가구레(尾長グレ)를 직역한 표현으로서 ‘꼬리가 긴 벵에돔’이란 뜻이다. 그러나 국내외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서 낚인 긴꼬리벵에돔의 꼬리 모양을 비교해 보면 전부 다 꼬리자루가 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인 구별점은 되지 못한다. 꼬리지느러미가 V자로 깊게 파여 있다는 것도 대략적으로 그렇다는 뜻일 뿐, 전부가 그렇지는 않다. 벵에돔류는 기본적으로 온대에서 아열대의 바다에 서식하는 어류다. 적정 서식 수온의 한계로는 최저 12도, 최대 26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의 한 수족관 시험 결과 벵에돔의 치사 한계 수온은 5도 전후이며, 11도 정도만 되어도 활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먹이활동을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최저 11도, 최고 27도 이상으로 수온이 변화하면 거의 입질을 받아낼 수 없다는 얘기다. 수온 변화에 민감한 어종인 만큼 0.5도 정도의 변화에도 활성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전날 수온이 15도였는데 오늘 오후엔 16도 정도로 높아졌다면 입질 받을 확률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다른 모든 어종들이 마찬가지이긴 하나 유독 벵에돔은 수온 변화에 민감한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저수온에 대한 적응력은 벵에돔>긴꼬리벵에돔>양벵에돔 순이다.
산란 시기,
지역에 따라 차이 발생 벵에돔 산란기는 매년 3월을 전후한 시기로 예상되고 있다. 2월 말경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입질을 보여주던 제주 벵에돔들은 이후 4~5월 2개월간은 산란을 위한 모처로 이동하기 때문에 행방이 묘연해 진다. 실제로 매년 2월경의 영등철에 접어들면 제주도에서도 긴꼬리벵에돔을 발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디룩디룩 살이 찐 영등 벵에돔만이 낚시에 걸려오게 된다. 보다 북쪽인 남해안으로 올라갈수록 산란 시기가 늦춰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제주권에선 벵에돔이 한 마리도 낚이지 않을 4~5월경에도 남해안의 늦은 영등 감성돔낚시에 대형 벵에돔이 곧잘 낚이곤 한다. 긴꼬리벵에돔의 산란 시기는 벵에돔에 비해 더욱 모호하며,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12월경에 산란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2월에 산란하는 곳도 있다는 것. 심지어 초여름 장마철에도 알을 갖고 있는 놈들이 적지 않다. 벵에돔과 달리 산란에 필요한 적정 수온의 해역을 찾아다니는 특성상 산란 시기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7년에 30cm 성장,
대물은 먼 바다 나가야벵에돔 성어는 염분 농도의 변화가 없는 곳을 선호하는데, 민물의 유입이 많은 근해권에 대물 벵에돔이 많지 않은 것과도 연관이 있다. 15~20cm 전후의 잔 벵에돔들은 염분 농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민물이 유입되는 기수역 지대에서도 잘 서식하는 감성돔과 달리, 벵에돔은 염분농도가 낮은 바다는 기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성어일수록 적응력이 약해 농도 변화가 심한 기수역에서는 좀처럼 큰 개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기수역 또는 육지와 가까운 근해엔 잔챙이만 서식하고 큰 놈들은 모두 먼 바다에서 낚이는 것이다. 필자가 일본에서 입수한 나가사키 대학의 논문에 의하면 벵에돔의 성장 속도는 1년에 10~11cm, 3년에 20cm 전후, 7년에 30cm 전후로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자료는 특정 지역에서 체크한 데이터일 뿐, 겨울에도 고수온을 유지하는 지역에선 성장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유어 때는 내만권에서 성장하다가 성어가 되면 점차 내만을 벗어나 쿠로시오의 영향이 강한 태평양의 남부 해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선 아직 연구 자료가 없다. 이 논문에서는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긴꼬리벵에돔이 60cm 전후로 성장하는 데는 적어도 30~40년은 걸린다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벵에돔의 알은 직경 1mm 가량의 무색 원형 형태이며, 수정란은 16~17도 수온에서 60시간 정도면 부화한다.
부화 직후의 치어는 전신이 투명하며 배 쪽이 황색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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