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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이론/낚시채비

한국형 토종붕어 바늘이 필요하다

by 사계A 2024.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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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낚시인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고, 교체하며, 선택에 있어 신경을 쓰는 소품 중 하나가 바늘이다. 바늘은 물속에서 대상어를 가장 먼저 만나는 매개체이다 보니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낚시인마다 선호하는 형태, 호수, 색상, 선호 메이커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게 있다. 바로 붕어용 바늘, 그중에서도 토종붕어용 바늘에 관한 것이다. 대한민국 민물 낚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토종붕어, 멀게는 조선시대부터 우리 낚시인들이 일방적으로 흠모해온 ‘국가대표 토종붕어용’ 바늘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토종붕어용 바늘(이하 붕어바늘)들은 모두 바닷물고기를 낚기 위해 만든 것들이다. 망상어를 뜻하는 일본어 우미타나고(海タナゴ), 벵에돔바늘을 뜻하는 이두메지나(伊豆メジナ 벵에돔을 뜻하는 말로 구레(グレ)라고도 부른다. 이두메지나는 일본의 이즈반도(伊豆半島)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던 벵에돔바늘로 강하면서 형태는 우미타나고 바늘과 유사하다), 감성돔바늘을 뜻하는 지누(チヌ)가 대한민국 민물낚시인들이 사랑하는 토종붕어용으로 애용하는 바늘들이다.

사실 이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니 지금 와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생뚱맞을 수도 있다. 현재 그 어느 누구도 불평불만 없이 바닷고기용 바늘을 붕어낚시에 잘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붕어바늘에 대한 무관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낚시인 중에는 우미타나고, 이두메지나, 지누가 어떤 바닷고기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미타다나고(망상어)를 타나고(납자루)라고 부르거나, 이두메지나(벵에돔)를 민물의 향어로 알고 있는 사람도 태반이다.

심지어 ‘무슨 바늘을 쓰고 계십니까?’라고 물으면 ‘다이찌’ 또는 ‘오니가케’라고 답하는 사람까지 있다(다이찌와 오니카케는 일본의 바늘회사 이름이다). 어쩜 이렇게 붕어바늘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을까? 이게 바로 대한민국 낚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토종붕어용 낚시바늘의 현주소다.

일본 바닷고기 바늘을 한국 토종붕어용으로 애용 중

토종붕어용 바늘시장을 일본 바닷고기 바늘이 점령한 이유는 몇 가지가 꼽힌다.
첫째 국내 낚싯바늘 제조기술이 열악했던 시기에 일본의 고품질 바다낚시용 바늘이 수입되면서 자연스럽게 토착화된 점, 둘째 일부 특이한 형태의 바늘을 제외하곤 바늘의 기본 형태와 특징이 유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내 토종붕어용으로 연착륙한 점, 셋째 국내 낚시인들의 국산 바늘 품질에 대한 불신과 일제 바늘 선호 등을 꼽을 수 있다.
낚시춘추는 10년 전인 2012년 10월호에 ‘붕어바늘 집중 탐구-토종붕어의 입에 맞는 최적의 바늘을 찾아라’라는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실은 적 있다. 당시 국산 바늘 메이커인 금호조침 김화규 대표의 인터뷰가 작금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금호조침에서는 90년대 초반부터 국내 최초로 ‘붕어바늘’로 표기한 국산 붕어바늘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 바늘도 사실은 형태와 굵기 모두 망상어 바늘과 유사했다).



실제로 망상어(우미타나고)는 체형과 입 형태가 붕어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씨알도 비슷하고, 이빨이 없으며, 주둥이가 자바라 형태로 튀어나오는 정도도 비슷하다. 입질도 예민해서 가급적이면 작고 가늘면서 가벼운 바늘이 유리한 점까지도 빼다 박았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유행하는 민물용 붕어바늘을 쓰면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일본에는 우리나라 토종붕어와 닮은 ‘마부나(マブナ)’라는 종이 있으나 낚시 대상으로는 인기가 없다. 씨알도 잘아서 손맛도 별로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도랑 같은 곳에서 즐기는 납자루낚시가 인기이며 마부나는 납자루낚시에 간간이 걸려드는 손님고기로 치부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역시 떡붕어가 한국의 토종붕어처럼 대우받는 인기 어종이며 어느 낚시점에 가 봐도 마부나용 소품이나 미끼, 채비 등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형 붕어바늘로 개선·개량할 여지 많아

아무튼 이미 수십 년간 바닷고기용 낚싯바늘을 붕어낚시에 써온 국내 낚시인들에게, 마땅한 대체 바늘도 없는 상황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상황이 돼버렸다(최근 들어 금호조침의 우수한 품질을 인식한 일부 낚시인들이 국산 바늘을 애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제 바늘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상황이다).
또 한번 몸에 익숙해진 버릇은 쉽게 바뀌지 않는데 특히 낚시 분야에서 이런 특징이 강하다. 다만 낚시인들에게 바라는 점은, 자신이 쓰고 있는 바늘이 도대체 무슨 바늘인지 정도는 알아 두는 게 상식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혼란을 유발한 데는 조구업체의 책임도 있다. 일본어로는 우미타나고(망상어)라고 적어놓고 사진은 토종붕어를 그려 넣거나 ‘붕어바늘’이라고 큼지막하게 써놓은 제품이 수두룩하다



이두메지나(벵에돔)라는 일본어를 적어놓고 버젓이 향어나 잉어 사진을 삽입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바늘을 수입하거나 채비화해 판매하는 조구업체에서는 ‘낚시인들이 그렇게들 인식하고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며 반론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모든 게 정상은 아닌 셈이다.그렇다면 토종붕어용 낚싯바늘이라는 건 절대 탄생할 수 없는 것일까? 이 점에 대해  낚시인들은 기존의 바닷고기용 바늘을 국내 실정에 맞춰 약간씩만 개량하면 실전적인 토종바늘 탄생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예를 들어 망상어바늘의 경우 떡밥을 쓸 때는 기존 형태를 그대로 쓰더라도 옥수수낚시용으로 많이 쓰는 5호와 6호는 약간 굵게 만들어 강도를 높이고, 10호 이상의 큰 바늘 역시 약간 굵게 만들어 강도를 높이면 새우나 참붕어 같은 큰 생미끼를 쓸 때 굳이 감성돔바늘이나 이두메지나바늘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옥내림낚시인들은 “옥수수 미끼용 바늘로 가장 걸림이 잘 되는 것은 망상어바늘이다. 가늘고 가볍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물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약해 어쩔 수 없이 굵고 강한 벵에돔바늘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새우나 참붕어 미끼에 감성돔바늘을 사용해 온 대물 낚시인들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한다. 감성돔바늘을 선택한 이유는 바늘 품이 넓어 큰 미끼를 꿰기 좋은 게 이유일 뿐 강도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5호 이상 되면 망상어용보다는 크고 굵어 기본 강도는 나오지만).
실제로 감성돔바늘은 크고 힘센 ‘도미’를 낚는 용도이지만 설계 자체가 강한 바늘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다수 바늘이 미끼를 물속에서 띄워 사용하는 릴찌낚시용으로 설계한 것으로 미끼도 작고 가벼운 크릴새우를 쓴다. 그러다보니 감성돔이 이빨은 있지만 미끼를 물어뜯는 게 아니라 물과 함께 흡입하게 되는데, 그때 잘 빨려들 수 있도록 가볍게 설계한 것이다. 아울러 감성돔은 크고 힘이 세지만 돌돔이나 부시리처럼 초반부터 엄청난 힘으로 도주하지는 않기 때문에 천천히 달래가며 ‘지구전’으로 낚는다. 그래서 굳이 무겁고 강하게 바늘을 설계하지 않는 것이다.이런 약한 설계로 인해 감성돔바늘을 많이 써본 낚시인 중에는 ‘감성돔바늘은 약해서 대물낚시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돌돔바늘을 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감성돔바늘로 낚시해보면 월척에 한참 못 미치는 씨알을 걸어도 바늘이 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10호 이상 크기의 망상어바늘 강도를 현재보다 약간 더 높이면 감성돔바늘을 대체할 대물붕어 전용 바늘로 적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늘이 굵고 튼튼해 과거부터 향어용으로 쓰였던 이두메지나 바늘에 대한 개량도 생각해볼 문제다. 이두메지나 바늘은 바늘 끝이 여타 바늘에 비해 안쪽으로 급격하게 휘어있는 형태다. 품까지 좁다 보니 한 번 박히면 잘 빠지지는 않으나 형태적 특징 탓에 걸림 확률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낚시보다는 여러 마리의 지렁이를 꿰어 ‘붕어가 꾸역꾸역 미끼를 삼키도록 만드는’ 수초직공낚시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두메지나 바늘의 품을 약간만 더 넓게 설계하면 강도가 약간 떨어지는 감성돔바늘을 대체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바늘 업체의 투자, 낚시인의 국산 바늘 사랑 절실

현재 아무런 불편도, 불만도 없이 잘 쓰고 잘 팔리는 바늘들을 놔두고 새롭게 토종붕어용, 한국형 바늘 생산을 주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월척을 낚았을 당시 무슨 바늘을 썼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감성돔바늘 2호요’라고 답하는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산 바늘 업체의 과감한 투자와 시도, 국내 낚시인들의 국산 바늘에 대한 사랑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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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춘추>


바늘 강도에 대한 반론 ‘휘는 바늘=불량품’이라는 인식은 잘못

성제현 군계일학 대표

국내 낚시인들이 바늘 품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강도다. 단순한 예로 낚시 도중 바늘이 부러지는 것은 이해하고 넘어가도 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즉 바늘이 부러지면 ‘대물을 걸었다가 놓쳤다’고 아쉬워 하지만 휘어지면 불량바늘로 치부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늘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바늘 포장지에는 바늘의 강도(경도)를 나타내는 표기인 H(Hardness)가 적혀있는데 H가 많을수록 바늘 강도가 센 제품이다. 쉽게 말해 HHH 제품보다 HHHH나 HHHHH 제품이 강하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HHH 제품을 사용해 대물을 걸었으면 바늘이 휠 위험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며 HHHHH로 표기된 바늘을 쓰면 순간적인 충격에 바늘이 부러질 수 있다. 따라서 HHH 바늘은 밑걸림이 심한 곳에서 사용하면 좋고(바늘이 휘어지며 나와 채비를 보호하니까) 그렇지 않고 바닥이 깨끗한 곳이라면 HHHHH 바늘을 써도 무방할 것이다. 적당한 걸림이 있는 곳이라면 HHHH 정도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제조사의 이런 표기에도 불구 국내에서는 휘는 바늘=불량품이라는 선입견이 강해 최근에는 HHH 바늘은 거의 수입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요즘 제품에는 아예 H 표기를 빼고 판매하는 제품도 많은 실정이다

신혁진 신의한수 밴드 운영자


옥수수를 미끼로 사용하는 옥올림이나 옥내림낚시에서 많이 쓰는 바늘은 벵에돔바늘이다. 실제로 걸림이 더 잘 되는 바늘은 가늘고 가벼운 망상어바늘이지만 강도가 약하다보니 대물을 걸었을 때 휘어질 위험이 높아 굵고 강한 벵에돔바늘을 쓰는 것이다. 반면 벵에돔바늘은 허리가 짧아 옥수수를 꿰었을 때 바늘과의 일체감이 좋아지는 점은 장점이다. 미끼와의 일체감이 좋아지면 붕어가 이물감 없이 목구멍까지 바늘을 삼키기 때문에 바늘 무게는 입질에 큰 지장은 주지 않는다. 반면 입질이 활발하고 커야 월척 수준이 낚이는 토종터에서 옥수수로 큰 붕어를 선별한다면 망상어바늘을 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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