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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낚시

테크닉 - 벵에돔 활성 낮으면 무조건 잠길낚시? 악조건일수록 채비를 상층에 띄워보세요

by 사계A 2024.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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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찌낚시의 오래된 속설 중 하나가 대상어의 활성이 약할수록 깊은 수심을 노리라 것이다. 그래서 감성돔이나 참돔의 경우 입질이 없을 때 평소보다 깊은 수심을 노리면 입질이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벵에돔은 약간 다르다. 오히려 극단적으로 얕은 수심을 공략할 때 의외의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사진 : 낚시춘추)

국내에 벵에돔 잠길낚시가 보편화된 계기는 투제로(00)찌의 등장이었다. 투제로찌는 단독으로 바다에 던지면 찌가 뜨지만 채비를 달아 던지면 목줄이 수직정렬 되는 것과 동시에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런데 무한정 가라앉는 게 아니라 수면 아래 2~3m 내려가면 하강을 멈춘다. 그 정도 수압만 작용해도 하강이 멈추도록 침력을 미세하게 조절해놨기 때문이다.

특히 벵에돔의 활성이 좋지 않은 날 투제로찌를 사용하면 좋은 조과를 거둘 때가 많다(활성 좋은 날도 잘 먹히지만). 그러다보니 투제로찌는 벵에돔낚시가 서툰 초보자가 써도 쉽게 입질 받을 수 있는 찌로 유명해졌고 지금은 벵에돔낚시인이라면 누구나 한두 개 정도씩은 갖고 있는 찌가 됐다(벵에돔이 주로 수면 가까이에서 잘 낚이는 남해 내만에서는 사용 빈도가 낮다).

(사진 : 낚시춘추)

히트존 6~8m를 찾아가는 투제로찌

그렇다면 왜 투제로찌채비에 벵에돔이 잘 낚이는 것일까? 낚시인 중에는 “채비가 천천히 하강하기 때문에 벵에돔이 경계심을 덜 느낀다”고 말하기도하고 “정렬된 채비가 투제로찌를 끌고 가기 때문에 자동견제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두 얘기 모두 미세한 영향을 미칠지는 몰라도 실질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바로 평소 벵에돔이 머물기 좋아하는 수심에 채비를 오래 머물게 만드는 ‘서스펜드(suspend)’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제로찌로 상층 띄울낚시를 해보면 벵에돔 활성이 엄청나게 좋지 않은 한 목줄 두 발 수심 안에서 입질받기란 쉽지 않다. 이때 채비를 잠길찌채비로 바꿔 서서히 가라앉히면 찌가 보이지 않음과 동시에 원줄을 당겨가는 경험을 많이들 했을 것이다.

이 말은 곧 벵에돔이 목줄 두 발 깊이(약 3.5~4m)까지 떠오르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며, 그 이상으로 깊게 미끼가 내려갔을 때 경계심 없이 미끼를 덮친다는얘기다. 그때의 수심이 약 6m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채비를 무작정 깊이 내린다고 해서 입질을 받는 것은 아니다. 6m 이상을 지나 9~10m까지 내려가면 오히려 입질이 뚝 끊기는데 이것 역시 벵에돔의주 활동층이 6~8m권이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사진 : 낚시춘추)

00와 03번의 기능적 차이는 미미

투제로찌에 이어 가장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찌는 03번(공삼번)찌다. 03번은 투제로와 쓰리제로 사이의 부력인데 약 6년 전 쯔리켄사가 새롭게 만들어낸 부력 단위다. 쯔리켄사의 구멍찌 중 아시아LC, 아시아LC 마스터피스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찌들은 01번부터 07번까지 부력을 총 7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01번은 제로와 제로알파 사이,02번은 제로알파와 투제로 사이, 03번은 투제로와 쓰리제로 사이, 04번은 쓰리제로와 포제로 사이 부력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미세한 차이가 조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해 쯔리켄 찌를 국내에 수입 공급하는 한조크리에이티브 박범수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투제로와 쓰리제로 간의 침력 차이는 카본 목줄반 뼘 길이의 침력에 해당할 정도로 미세하므로 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구멍찌 부력을 세분화한 것은 좀 더 예민한 부력 세분화를 원하는 낚시인의 바람에 응하는 동시에 제조사의 기술력을 알리는 홍보 차원으로 보면 될 것이다.”

제로찌 부력을 극세분화한 아시아LC 시리즈의 등장으로 최근에는 투제로보다 03번을 쓰는 낚시인이 부쩍 늘어났다. 그동안 쓰리제로는 너무 빨리가라앉는 듯싶고 투제로는 약간 더디게 가라앉는다고 느껴온 낚시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최근의 현상에 대해 제주도 원프로피싱 대표 원성조씨는 “개인적으로 투제로와 03번의 침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찌 자체만 가라앉힌다면 미세한 차이가 나지만 목줄과 바늘, 찌멈춤봉, 미끼까지 모두 단 상태에서는 구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바늘종류, 크릴 무게만으로도 그 격차는 좁혀지고도 남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즉 원성조 씨는 두 찌 간의 침력 차이보다는 낚시인이 어떻게 채비를 운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사진 : 낚시춘추)

수심 6~8m는
밑밥동조 없이도 입질 오는 ‘히트존’

6~8m 수심이 벵에돔 ‘히트존’임을 알 수 있는 증거는 또 있다. 투제로채비로 잠길찌낚시를 해보면 찌가 가라앉아 안 보이는 상태로 3~4분가량 놔둬도 원줄을 당겨가는 입질이 잦다. 이 말은 밑밥동조가 되지 않더라도 채비가 ‘벵에돔이 몰려있는 유효 수심층’에서 계속 머물고 있어 그만큼 벵에돔이 미끼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조류 잘 갈 땐 잠길찌, 멈췄을 땐 제로찌가 유리하다

한편 지난 8월 30일 제주 우도에서의 벵에돔낚시는 ‘악조건 해결사’로 알려진 잠길찌낚시의 이면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날은 조금물때로 오전 내내 조류가 약하게 흐르는 바람에 우도 출조이래 최악의 조황을 기록했다. 이날 나는 03번찌를 세팅해 잠길찌낚시로 서서히 깊은 수심을 공략하려고 했으나 동행한 강병철 씨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그가 선택한 찌는 01번(제로와 제로알파 사이 부력으로 채비가 정렬돼도 수면에 뜬다)으로 목줄 두 발에 찌매듭까지 고정한 띄울낚시로 벵에돔을 낚아냈다.

강병철 씨는 “오늘 같은 악조건에서는 철저하게 밑밥동조를 시켜줘야 합니다. 잠길찌채비를 사용하면 착수 직후에만 동조가 되고 이후로는 채비가 밑밥 띠와 멀어지게 됩니다. 특히 원줄 무게의 영향으로 점점 채비가 앞쪽으로 끌려오게 돼 불리합니다”라고 말했다.

조류가 잘 가는 상황에서 잠길찌채비를 쓰면 조류에 밀리며 천천히 가라앉아 밑밥과 동조가 잘 되지만 조류가 약한 상황에서는 바로 가라앉아 불리하다는 것. 그래서 이런 경우는 채비는 상층에 띄우고, 지속적이고 정확한 품질로 밑밥과 미끼의 동조를 지속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결국 강병철씨는 이 작전으로 이날 가장 큰 35cm 벵에돔을 낚아냈다.

입질 없을 때 왜 상층 공략이 유리할까?

입질 없는 악조건 때 띄울낚시가 유리하다는 데는 원성조 씨도 견해를 같이 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원성조 씨는 “어떤 낚시든 간에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입질은 조류의 변화에서 온다. 그 변화는 수온이 될 수 있고 미세한 흐름의 변화일 수도 있다. 속조류와 겉조류가 다르게 흐르는 경우의 대부분은 속조류가 정방향 흐름이고 겉조류는 갑작스럽게 변화를 맞은 조류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늘 겉조류(상층 조류)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이때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바다 상황에 대비해 미끼와 밑밥 모두 겉조류에 맞춰줘야 한다. 내가 토너먼트에서 입질이 없을 때 마지막 승부수로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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