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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 루어낚시

[박기현의 BASS SCHOOL] BASS TOURNAMENT

by 사계A 2024.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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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배스토너먼트를 뛰는가

‘낚시를 잘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가 아는 형이 낚시를 정말 잘한다, 내 친구가 100마리 잡았다 등등 낚시를 잘한다는 표현은 무수하게 많다. 하지만 지구상의 수많은 레포츠와 스포츠, 취미 중에서 낚시를 잘 한다는 말처럼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은 없다고 본다.

야구, 축구, 농구 등 대중적인 스포츠 대부분 통계적으로 선수들과 동호인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또 분초를 다투는 기록경기에서는 그 기록이 선수들의 기량과 실력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낚시는 이런 것이 없다. 바로 살아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경기 중에 승마가 있다. 이 승마 역시 다른 경기에 비해 예외성이 매우 많다. 말이라는 생물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런 생물을 다루는 경기에서는 수식화된 공식이나 법칙보다는 예외성이 의외로 크기 때문에 정확한 ‘실력’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낚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낚시실력을 알아보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동네 홍길동도 낚시를 잘하고 다른 동네 임꺽정도 낚시를 잘하고 산 너머 동네 이순신도 낚시를 잘한다는데, 그럼 서로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세 명이 다 모여서 과연 자웅을 겨루어 보는 게 어떨까? 대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룰로 똑같은 시간을 부여한 다음 물고기를 잡아오자. 한 번만 하면 운이 작용할지 모르니까 여러 번 나눠서 평균점수로 순위를 매기자!

이게 바로 배스낚시토너먼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모두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룰로 경기를 여러 번 펼쳐 평균을 내어 순위를 매기는 것.

이처럼 토너먼트는 예외가 많은 낚시에서 데이터로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낚시에 욕심이 많았다. 창원 우리 동네에서 어느 정도 낚시 잘 하는 형, 동생으로 불렸을 때 좀 더 다양한 곳에서 낚시를 경험해보고 싶었고 직장을 전북과 충남지역으로 옮기게 됨에 따라 자연스레 고향인 경상도 지역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었다.

이러한 욕심은 곧 ‘내 실력은 과연 얼마나 되나’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졌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낚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열망이 때마침 열린 한국스포츠피싱협회(KSA)가 개최하는 무동력토너먼트(챌린저리그)에 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줄곧 동네에서 낚시 좀 한다고 불렸지만 전국구의 그 높은 벽을 제대로 체험하면서 노피시로 대회를 마감했다. 장비만큼은 이날 모인 120여 명 중에서 최고 같은데 내 옆의 사람은 저렴한 장비로도 어마어마한 봄 배스를 잡아와 의기양양해 하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었다.

무동력토너먼트를 3년 뛰면서 정말로 많이 공부했고 많은 걸 배웠으며 많은 걸 잃기도 했다. 그래서 성적은 수직으로 상승고 결국 3년차 마지막으로 뛰었던 KSA 챌린저리그에서 챔피언을 획득, 본격적으로 동력엔진을 사용하는 프로리그로 나갈 수 있는 발판과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사진 : 낚시춘추>


 

나는 왜 토너먼트를 뛰는가?

나는 토너먼트가 없을 때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낚시 이야기를 하며 습득한 정보를 통해 낚시를 배운다. 그렇게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조용하게 야간 밤낚시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여러 생각이 들게 되는데,그러다 보면 원론적인 생각 ‘나는 왜 배스토너먼트를 뛰는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초반에는 마냥 낚시로 잘 알려진 선배들, 스타들처럼 유명해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화려한 스탭 활동도 해보고 사람들 앞에서 강연도 하면서 유명해지려면 명성이 필요했고 그 명성을 쌓으려면 객관적으로 낚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판,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게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에 나는 토너먼트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 노력대로 명성을 얻고 프로스탭이 되고 방송에도 나가게 되어 어느 정도 낚시계 유명인이 된 지금의 나는 왜 프로토너먼트를 뛰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배스토너먼트에 목숨 걸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낸 10여 년의 시간들이 이제는 많은 기술과 노하우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시대는 유튜브 등 개인방송의 시대로 접어들어 배스낚시를 홍보하기에도 좋은 상황이 되었다. 이제 왜 토너먼트를 뛰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배스낚시 프로토너먼트를 뛰는 사람은 배스낚시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이제는 배스토너먼트와 배스낚시를 알려야 한다고 본다. 이제까지 우리는 우리만의 토너먼트에 길들여져 있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배스낚시를 알리고 토너먼트도 알리는 것은 물론 우리가 배운 토너먼트의 노하우와 낚시에 관한 경험을 아낌없이 알려야 한다.

또한 누구보다 신제품에 먼저 관심을 보이고 사용해봄으로써 토너먼터들을 따르는 이들에게 루어 사용에 대한 길잡이, 낚시용품에 대한 조언자가 되어야 하며 우리나라 낚시 환경에 맞는 국산 루어 개발에도 항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트레이닝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토너먼트다. 그래서 나는 토너먼트를 뛴다.”

<사진 : 낚시춘추>


 

잊지 못할 배스토너먼트

나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무동력토너먼트를 뛰었으며 2011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11년째 동력토너먼트를 뛰고 있다.
총 합산 14년 동안 배스토너먼트를 뛰면서 기억에 남는 대회는 너무나도 많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를 들라면 내가 가장 압도적인 기록으로 우승했고 내 생애 첫 우승 타이틀이 기록된 2012년 KSA 배스마스터클래식을 꼽고 싶다.

그 당시 안동호는 11월에 고수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육상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모두 물속에 잠겨 천천히 삭아가고 있던 시기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떨어진 기온을 의식하여 메탈지그와 다운샷리그로 딥피싱을 하였으나 나는 저기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톱워터 루어를 메인 루어로 운용하여 길이가 60cm에 육박하는 최대어를 비롯해 3마리 합산 6,300g이라는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안동호는 요즘의 안동호와는 달리 2,000g이 넘는 배스를 보기 힘든 시절이었다. 평균 무게 2,100g은 당시엔 엄청난 기록이었다.

대형호수에서 수위가 오를 때 육상식물이 잠기는 시즌의 배스 공략법을 처음으로 다양하게 제시한 대회로, 그 이전에는 텍사스리그, 다운샷리그, 메탈지그를 이용한 스쿨링 공략 등 소극적으로 이루어지던 늦가을낚시의 판도를 완전히 바꾼 대회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회 이후로 대형호에 수위가 높고 육상식물이 잠겨있다면 11월 늦가을에 찬바람이 불더라도 톱워터 루어는 선수들이 꼭 챙겨야 하는 주요 루어가 되는, 하나의 상징적인 대회였다.

우리나라 배스토너먼트 변천사
1996년 KBF가 전곡호에서
국내 최초의 배스토너먼트 개최

한국의 배스토너먼트는 역사가 오래되었다. 몇 번의 흡수와 통합, 해산 등이 진행되는 등 크고 작은 진통을 겪었으며 2021년 현재 1년 동안 정규 토너먼트를 치르는 단체는 한국스포츠피싱협회(KSA), 한국루어낚시협회(LFA) 두 개다.

한국에 배스란 물고기가 1973년에 도입되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뒤 1996년에 최초의 배스낚시단체인 한국배스연맹(KBF)이 설립됐고 경기 전곡호에서 역시 최초로 배스토너먼트가 개최했다. 1997년에 일본배스낚시단체인 일본배스프로협회 한국지부(JBK)가 설립되었다. KBF는 지금의 안동호를 거점으로 토너먼트를 진행하였고 JBK는 전북 운암호에서 토너먼트를 진행하여 한국 배스토너먼트의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운암호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안동호를 기반으로 두 단체가 토너먼트를 개최하게 됐고 2000년에 JBK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JBK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KBA가 설립됐다. KBF와 KBA 두 단체가 한동안 배스토너먼트의 명맥을 유지하였으며 2001년도에 양 단체가 통합되어 KSA 한 개의 단체만 남게 되었다.

이후 2003년에 평택호를 기반으로 한 한국배스프로협회(KB)가 설립되었다. KSA와 KB와는 다른 새로운 배스토너먼트단체를 만들고자 했던 선수들이 2008년에 한국친환경낚시협회(KBFA)를 설립하여 2009년에는 세 개의 배스토너먼트단체가 운영되었으며 2010년에는 OSPER라는 배스낚시단체가 설립되어 네 개의 배스토너먼트가 각기 운영되었다.

하지만 현재 OSPER는 묻을 닫았으며 KB 역시 잠정적으로 토너먼트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다. 안동호를 기반으로 한 KSA, 그리고 2015년에 KBFA를 흡수통합한 LFA 두 개 단체가 배스토너먼트를 개최해오고 있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미국의 FLW(나중에 MLF로 이름 변경)에 기반을 둔 FLW 토너먼트가 개최되고 있으며 2021년에 MLF 토너먼트로 이름을 바꾼 후 의암호에서 대회를 열었다.

<사진 : 낚시춘추>


 

우리나라의 배스 프로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배스토너먼트가 펼쳐지는 무대는 안동호, 충주호(제한적), 합천호, 의암호 네 군데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북한강을 막아 만든 의암호를 제외하고 안동호, 충주호, 합천호는 사실 거의 비슷한 환경을 가진 대형 다목적댐이다. 깊고 넓으며 수생식물이 거의 자생하지 않고 유속이 없는 대형 담수호로서 빙어와 살치, 각종 저서생물이 배스의 먹잇감으로 자생하고 있다.

대한민국 배스프로들은 이러한 깊고 넓은 대형호에서의 낚시는 정말 잘한다. 아마 미국, 일본에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노하우도 많고 스킬도 대단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이 대부분의 배스프로들이 자신의 대회가 열리는 지역에서만 낚시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만의 포인트라든지 스트럭처를 찾기 위해서는 같은 지역에서 매번 낚시하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겠으나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배스프로일수록 다양한 낚시터로 가야 한다. 전국의 다양한 필드를 경험하고 그게 맞춰 배스낚시 방법을 익히고 배우면서 아마추어 낚시인과 일반인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게 바로 진짜 프로선수라 생각한다.

수초가 있는 대형 저수지라면? 유속이 있는 강계라면? 연중 물이 탁한간척호라면?
우리나라 최고의 배스낚시터인 안동호는 이런 조건을 다 가지고 있다.수위가 안정되어 수초가 자라는 여름의 얕은 수심, 장마로 인해 유속이 생겨 새물과 흙탕물이 내려오는 최상류 인근, 봄철과 가을철에 턴오버로 인하여 물이 탁해지거나 연중 물이 탁한 안동 기사리 일대 등이 그렇다.
위에서 열거한 다양한 환경에서의 낚시 경험이 더해진다면 비슷한 환경의 다른 낚시터도 더욱 공략하기 쉽다. 안동호 한곳에서 하나의 채비로 꿋꿋하게 밀어붙이는 고집스런 낚시도 좋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익힌 다양한 스킬로 적재적소에 맞게 루어를 운영한다면 분명히 안동호 외 다른 낚시터에서도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배스프로의 세계

배스프로들은 과연 어떻게 낚시할까? 한국에서 ‘배스낚시 프로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약 300여 명 정도 있는데, 과연 그들은 일반 아마추어들과 어떻게 다를까? 화려한 캐스팅 스킬과 멋진 보트의 주행영상만 본다면 배스프로의 삶이야말로 낚시인 중에서는 가장 화려할 것 같지만 정작 크게 다름이 없다.

정작 이 글을 쓰는 본인만 해도 원래 직업은 연구원이고 부업과 취미(?)로 배스토너먼트를 뛰고 있다. 내 주변의 선수들만 보아도 본인의 직업이 배스프로인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본 직업이 있거나 아니면 낚시숍과 루어 제작자, 보트 수리 등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프로라 한다면 시합에서 획득한 상금과 본인이 개발하거나 참여한 제품에 대한 매출액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프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될 만큼 한국의 배스낚시 영역은 크지 않다. 배스가 위해 어종으로 지정되어 더 이상 그 영역을 크게 키울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배스프로들이 일반 낚시인과 다른 점이라면 배스낚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며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낚시를 운영하고 좀 더 낚시에 투자하는 시간과 금액, 노력이 많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1년간 토너먼트를 하게 된다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따르게 되는데,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농담을 조금 보탠다면 잠자는 시간빼고는 낚시에 신경을 써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은 낚시를 잘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보트의 컨디션도 생각을 해야 하고 본인의 스케줄을 잘 조정하여 컨디션 유지도 잘 해야 한다. 기본적인 장비는 항상 퍼펙트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는 경제적, 육체적인 스트레스가 일반 낚시인에 비해 매우 크다.

하지만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본인의 토너먼트 노하우가 되어서 돌아오기에 자신도 모르게 배스낚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프로페셔널하게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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